분노한 촛불민심 보며 시대정신도 궤도수정…"어젠다 선점해야"
공정·평등 키워드로 국가대개조 예고…검찰·재벌개혁도 공통 화두
캠프별 공약으로 구체화될 듯…개헌론과 연결·합종연횡 주목

야권의 차기 대선주자들 사이에서 '미래 화두'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시작됐다.

'최순실 게이트'와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이 극대화된 현 상황에서 현시점에서 국가개혁의 방향을 분명히 제시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비전을 보여주는게 차기 지도자로서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첩경'이라는 상황인식에 따른 것이다.

특히 이번 사태를 거치며 국민들의 여론지형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판단, 기존에 자신이 선보였던 비전들을 수정·보완을 하는 등 어젠다 선점 경쟁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또 대부분 주자들이 대한민국의 완전한 개조를 주장하는 상황에서 이들의 비전이 구체화하면서 개헌론과 어떻게 연결될지도 관심이 쏠린다.

문재인 전 대표는 14일 야권 텃밭인 전북 정읍 방문을 앞두고서 전날 싱크탱크 '국민성장' 포럼에 참석, 기조연설을 통해 '공정·협력·책임'을 새로운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으로 제시했다.

'국가 대청소'를 공언한 문 전 대표는 "불평등·불공정·부정부패와 결별해야 한다"면서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고 개개인의 삶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분열을 넘어 협력의 질서를 세워야 한다"고 했다.

애초 문 전 대표는 '경제교체·국민성장'을 시대정신으로 제시해 왔다.

문 전 대표 측은 "국민성장이 국가의 미래를 관통하는 원리라는 생각은 여전하다.

다만 불공정과 국가의 무책임에 분노하는 촛불민심을 보고서 비전을 가다듬었다"고 전했다.

안철수 전 대표 역시 기존의 '공정성장'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적폐청산을 위해 검찰개혁과 정경유착 고리 해소를 주문하는 등 구체적 시대과제를 제시했다.

안 전 대표 측은 "이번 게이트가 지나가고 나면 가장 중요한 과제로 검찰개혁과 재벌개혁이 꼽힐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 전 대표는 국민정책연구원 주최 토론회 등에 참석하면서 이런 비전을 구체적으로 가다듬고 있다.

탄핵정국에서 돌풍을 일으킨 이재명 성남시장이 전면에 내세우는 키워드는 '공정국가'다.

그만큼 이번 사태의 본질은 불공정한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국민들의 열망이 분출된 것이라고 이 시장 측은 판단하고 있다.

이 시장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연내에 의제들을 정리해 국민들과 소통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 시장도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문 전 대표의 공정·책임·협력의 구상을 들었다.

이재명이 지향하는 국가의 미래가 바로 공정국가"라고 남겼다.

이는 최근 이 시장을 중심으로 '반문연대'가 이뤄질 수 있다는 일각의 목소리를 의식한 글로 보인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기득권 청산'과 '불평등 해소'를 주요 화두로 잡고서, 이를 위한 구체적 실행 방안으로는 청와대, 검찰, 재벌개혁을 꼽았다.

박 시장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다음 주쯤 불평등 해소의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매일 저녁 '박원순과 국민권력시대'란 토크쇼를 통해 세부 개혁 방안도 말하고 있다.

직접 국민 속으로 들어가 비전을 제시하고 과제를 토론하자는 취지"라며 어젠다 경쟁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시사했다.

안희정 충남지사 역시 세대교체나 정권교체를 뛰어넘는 '시대교체'를 계속 중심 화두로 삼고 있다.

여기에 안 지사는 전날 서울 영등포의 한 영화관에서 '무현'을 관람하고서는 "정치인은 분노로 작두를 타서는 안된다.

사랑에 입각한 정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지금의 대결구도를 벗어나야 한다는 주문을 했다.

김부겸 의원은 트레이드 마크였던 '공존의 경제'에 더해 '대한민국 대개혁'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경제구조의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는 기존의 문제인식을 유지하면서도 이를 위해서는 개헌을 포함한 완전한 국가체제의 교체가 필요하다는 것이 김 의원의 구상이다.

이는 전날 동아시아미래재단 10주년 행사에서 '신체제를 향한 개헌'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구상과도 일치한다.

손 전 대표는 "7공화국을 위한 '국민주권 개혁회의'(가칭)를 만들어 기득권 세력에 맞서 끝까지 개혁을 추구하겠다는 한 가지 정체성만 붙들고 가겠다"며 "기득권과 맞서는 개혁세력이 정치 신주류가 되도록 새판을 짜겠다"고 비전을 제시했다.

야권 안팎에서는 야권의 잠룡들 전원이 '대한민국의 대수술'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만큼, 손 전 대표와 김 의원 외에도 개헌 전선에 언제든 합류하는 주자들이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주자들의 미래 비전이 지금은 '선언' 수준에 머물러있지만, 이를 구체화하고 공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개헌론과 연결될 것"이라며 "개헌파 연대 등이 이뤄질 경우 경쟁구도가 요동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이정현 서혜림 기자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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