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하던 대통령·국무장관의 '거래 마인드' 동맹에 미칠 영향 주목
"부장관·차관보 등이 한반도 정책 좌우할 가능성"


외교부 당국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3일(현지시간) 초대 국무장관으로 친(親) 러시아 성향의 석유 거물인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를 낙점하자 '의외의 인선'이라는 반응과 함께 후속 인사를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14일 "생소한 인사가 국무장관에 내정되긴 했지만 누가 되든 간에 우리는 한미관계 발전을 위해 협력할 것"이라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당혹감도 감지된다.

한국과 교류의 끈이 있는 미트 롬니 전 공화당 대선 후보의 이름이 유력하게 거론됐을 때만 해도 군 출신 중심의 트럼프 외교안보 라인에 균형추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이란 기대감이 감지됐지만 행정경험 없이 줄곧 기업을 이끌어온 인사로 대통령-국무장관 라인이 형성될 줄은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또 경제적 이익을 지상 목표로 추구해온 기업가가 외교를 이끌게 됐다는 점에서 한미동맹의 전략적 가치는 덜 의식하고, '거래'와 '경제적 이익'의 측면은 더 의식할 수 있다는 데 대한 우려의 시각도 감지된다.

한 외교부 간부는 "(언론에 보도가 나오기 전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파격"이라고 말했고, 다른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가 틸러슨에 대해 잘 모를 뿐 아니라 그쪽도 우리를 잘 모르는 상황"이라며 "주미대사관을 중심으로 이제부터 틸러슨 측과의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국자들은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에 틸러슨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론'을 폈다.

한 고위 간부는 "조금 걱정은 되지만 앞으로 후속 인사가 어떻게 이뤄질지 봐야한다"고 지적한 뒤 "국무부보다는 백악관이 대 한반도 정책에서 '키'를 잡을 수 있다"며 백악관 외교·안보 관련 후속 참모 인선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외교부 관계자는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기는 이르며,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밝힌 뒤 "한반도 정책은 국무부 차관, 차관보 인선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틸러슨이 사업가 출신이지만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이사를 맡은 사실과 제임스 베이커·콘돌리자 라이스 등 전직 국무장관들이 천거했다는 점 등을 볼 때 그가 국제문제에 관심이 없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다른 외교부 당국자도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아시아 문제에는 토니 블링컨 국무부 부장관이 큰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라며 "후속 인선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어떤 인선이 되든 대북정책에 관한 한 압박을 강화하는 것 외에 현실적인 대안이 없다는 것이 트럼프 진영의 기류"라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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