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원내대표 당선시 투톱 모두 장악…비박계 분당 움직임 가시화
비박 원내지도부 나오면 친박 당지도부와 대립…한지붕 두가족 내홍 격화

리더십 공백 상태에 빠진 새누리당의 원내대표 경선이 14일로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당권의 향배를 두고 긴장이 급속도로 고조되고 있다.

이정현 대표가 오는 21일 사퇴를 공언한 가운데 선출되는 이번 원내대표는 임시 대표인 비상대책위원장을 겸직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양대 계파 모두 경선을 앞두고 사활을 건 총력전에 나섰다.

특히 비박(비박근혜)계는 만약 친박(친박근혜)계가 원내 지도부마저 장악함으로써 '투톱'을 싹쓸이한다면 분당을 적극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이번 원내대표 경선은 새누리당의 분당과 비박계 신당 창당의 일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여권은 물론 정치권 전체에도 메가톤급 파장을 미칠 주요 변수이기도 하다.

만약 친박계 인사가 원내대표가 될 경우에는 비박계 내부에서 분당에 대한 요구가 급속히 분출하면서 당은 더욱 큰 혼란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무성 전 대표가 분당과 신당 추진 검토 의사를 밝힌 가운데 당 잔류 의사를 명확히 한 유승민 의원도 흔들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

실제 분당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분당 국면의 가시화는 불 보듯 하다.

비박계 중진인 정병국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친박계 원내대표가 당선될 경우에 대해 "그런 상황이 되면 당으로서 아무런 역할을 못 하게 될 것"이라며 "야당은 친박 원내대표가 되면 상대하지 않겠다고 한 만큼 친박 모임에 있는 사람을 뺀 나머지가 중심이 돼서 우리 나름의 원내대표를 구성해 야당과 함께 정국을 이끌어 간다든지 하는 여러 가지를 고려해 볼 상황"이라고 말했다.

친박계는 원내대표 경선에서 승리하면 비대위 구성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투톱을 모두 장악한 상태에서 일단 원내대표에 비대위원장직을 맡기고 내년 1월21일 전당대회를 열어 당권을 재창출하는 기존 계획을 차곡차곡 추진해나갈 전망이다.

반대로 비박계 인사가 원내대표가 될 경우에는 친박계 일색인 당 지도부는 이미 발표한 대로 이 대표만 사퇴하고 나머지 최고위원들은 남아서 지도 체제를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이 경우에는 조원진 최고위원이 대표 대행 역할을 하면서 당 지도부와 원내 지도부가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일단 비박계가 당권의 한 축을 차지하면 분당 국면은 소강 상태로 접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양대 계파간 내전은 더욱 격화할 수밖에 없다.

비박계 역시 조속히 비상대책위를 출범시켜 원내대표가 위원장직을 맡는 방안을 추진하겠지만, 친박계 당 지도부가 반대하면 이를 실현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

한편 양대 계파가 후보 등록일인 이날 오전까지도 아직 후보자를 확정하지 못한 가운데 친박계에서는 4선의 정우택 김정훈 홍문종 의원이 후보로 거론된다.

비박계는 4선의 나경원 주호영 의원 등이 이름이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