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가운데)이 13일 국회 정론관에서 야당 의원들과 함께 면세점 사업자 선정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가운데)이 13일 국회 정론관에서 야당 의원들과 함께 면세점 사업자 선정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권이 13일 관세청의 3차 면세점사업자 선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15~17일로 예정된 사업자 선정 심사를 이틀 앞둔 시점에서다. 관세청은 “정치적 의혹에 의해 자의적으로 연기하거나 취소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은 “정치 논리에 따라 어떻게 될지 확신할 수 없다”며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야 3당 및 무소속 국회의원 61명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면세점사업자 선정은 정경유착의 대표적 사례”라며 “관세청이 의혹이 다 해소되기 전에 신규 사업자 선정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3차 면세점사업자 선정 강행을 두고 ‘박근혜 대통령은 죽은 권력이지만, 대기업은 살아 있는 권력이기 때문’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도는 실정”이라며 “관세청과 특정 기업의 밀약설, 자리 보장설 등 수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권한대행 첫 임무로 대통령 특혜·비리, 국정농단의 중심에 있는 면세점사업자 선정을 당장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면세점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국회 대정부질문과 국정감사 등에서 제기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관세청의 면세점사업자 선정 강행은 또 다른 의혹의 온상”이라고 주장했다.

송영길 의원은 관세청이 ‘특허심사 일정 연기 관련 규정이 없음’을 이유로 사업자 선정작업을 하는 데 대해 “면세점 사업자 선정 로비 의혹은 정경유착의 대표적 사례”라며 “면세점 특허 여부는 대법원 판례와 관세법을 근거로 관세청이 자유재량에 따라 언제든지 중단하거나 재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송 의원은 “면세점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기업들도 검찰과 특검의 수사를 받고 있으며, 수사 결과에 따라 처벌될 경우 결격 사유에 해당해 특허가 취소될 수 있다”며 “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3차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일단 중단하고, 수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재개 여부를 다시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도 이날 여야 간사 협의를 통해 신규 면세점 사업자 심사와 관련한 감사원 감사청구를 결의하기 위한 전체회의 개최 시점을 논의했다. 감사원 감사가 시작돼도 신규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중단시키는 구속력은 없지만 국회의 강력한 요구가 반영된 만큼 관세청 부담은 가중될 수 있다.

관세청은 정치권의 심사 중단 요구에 “야권에서 주장하는 재량권은 ‘특허 부여 여부’에 관한 것”이라며 “관세법령에 특허심사를 공고 후 6~7개월 내에 해야 한다고 일정이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어 관세청이 자의적으로 중단·연기·취소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심사가 서울의 대기업이 운영하는 세 곳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부산·강원의 중소·중견기업 각 한 곳에 관한 심사도 동시에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세청은 “약 40개 중소기업이 심사에 참여하고 있다”며 “심사가 연기되면 정부의 특허 추가 결정을 믿고 심사를 준비해 온 많은 업체들에 적지 않은 경제적 피해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땐 특허 취소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심사를 준비하던 기업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A면세점 관계자는 “심사가 중단 또는 연기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면서도 “야당 의원들이 워낙 강경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약자인 기업이 이번 일에 대해 언급하긴 어렵다”며 “조용히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B면세점은 심사 중단이 또 다른 특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회사 관계자는 “심사가 중단돼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이 생기지 않으면 지난해 특허를 딴 신규 면세점 다섯 곳의 주장이 관철되는 셈”이라며 “심사 중단 요청과 이들의 이익이 밀접하게 연결된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면세점 사업자 심사 결과는 17일 오후 8시께 발표된다.

강진규/임현우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