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박 vs 원박 '10년 전쟁'…결국 분당의 길로
새누리당이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 간 갈등 끝에 분당의 길로 접어드는 형국이다. 새누리당 계파 전쟁의 근원은 2006년 말 시작된 친이(친이명박)-친박 간 대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 친박-비박 계파 전쟁을 이끄는 수장은 10년 전 한솥밥을 먹던 ‘원박(원조 친박)’ 출신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비박계는 서청원·최경환·홍문종·이정현·조원진·김진태·윤상현·이장우 등을 ‘친박 8적’으로 꼽고 청산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에 맞서 친박은 김무성·유승민 의원을 겨냥해 ‘배신·패륜’이라는 원색적인 용어를 동원해 공격하며 출당 작업에 나섰다.

친박계 서청원·최경환·홍문종·이정현·윤상현 의원과 비박계 김무성·유승민 의원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결성된 친박의 핵심이었다. 서청원 전 대표가 ‘좌장’ 역할을 했고, 김무성 전 대표는 캠프 실무를 총괄했다. 유승민 의원은 이명박 당시 경선 후보의 ‘BBK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하며 친박의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다.

이들 ‘원박’은 2007년 8월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까지는 한배를 탔다. 균열 조짐은 2007년 당내 경선 때 친박 측 정인봉 전 의원이 폭로하겠다고 준비한 ‘이명박 X파일’이 별다른 내용이 없는 것으로 밝혀지자 이의 뒷수습을 놓고 파열음이 나면서부터다. 김 전 대표는 정 전 의원의 ‘파문’을 주장했고, 당시 박근혜 후보와 다른 친박들은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갈등은 경선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어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다.

2010년 세종시 수정안 처리와 원내대표 경선 출마 문제를 놓고 김 전 대표와 박 대통령이 대립하면서 결별을 예고했다. 유 의원은 박 대통령이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맡았을 때 ‘문고리 3인방’과 갈등을 겪은 게 결별의 단초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과 김 전 대표를 비롯한 비박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힘을 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유 의원이 원내대표를 지낸 지난해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를 두고 정면대립했다. 유 의원은 결국 원내대표에서 물러났다. 지난 4월 총선 때 공천 갈등은 분당의 길로 접어드는 시발점이 됐다. 총선 뒤에는 선거 참패 반성 내용을 담은 ‘백서’ 공개를 놓고 양측이 다시 충돌했다.

이번 싸움에서 친박계는 서 전 대표, 최경환 의원을 비롯한 ‘원박’과 조원진·김진태·이장우 의원 등 이른바 ‘신박(신박근혜) 돌격대’들이 합작해 비박계를 공격하고 있다.

이번 갈등은 계파 정치의 폐해를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이 탄핵된 마당에 정진석 원내대표가 사퇴한 것 이외에 당 지도부는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계파 싸움 이면엔 기득권 다툼이 자리하고 있다. 분당도 이념적·정책적·정치적 소신에 따른 것이 아니라 당 주도권 다툼의 결과로, 보수 가치를 오히려 훼손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