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 "여야정 협의체 제의 들어오면 적극적으로 검토"
여야 협상 지지부진…총리실 지켜볼 뿐 할 수 있는 게 없어
협의체 가동돼도 사드·역사교과서·위안부협정 등 난제 산적
황 권한대행 국회 대정부질문 출석에는 부정적 기류…"전례 없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측이 '여·야·정 협의체'를 바라보는 속내는 복잡하다.

국회와의 협치(協治)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총론에는 찬성을 한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협의체 운영 과정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권한대행측은 기본적으로 '여·야·정 협의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정국 주도권이 사실상 야권으로 넘어가 있는 상황에서 여야가 모두 참여하는 '협치의 장'이 마련된다면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총리실은 13일 자료를 통해 "정치권에서 여야정 협의체와 관련해 구체적인 제의를 해오면 이에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고민이 적지 않다.

일단 정치권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총리실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다.

현재 총리실 입장에서는 정치권 논의 과정을 지켜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는 말이다.

특히 새누리당 정진석·더불어민주당 우상호·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전날 회동에서 여·야·정 협의체 구성에 합의했지만, 회동 직후 정 원내대표가 전격 사퇴하면서 추후 협상은 난관에 봉착했다.

무엇보다 야당이 친박(친박근혜)계를 협상 대상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 친박계 의원이 새누리당의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되면 협상은 장기간 표류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총리실이 여당을 제쳐놓고 야당과 직접 협상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총리실측은 자료에서 "(야당으로부터) '야정협의체'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제안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가까스로 여·야·정 협의체가 가동된다고 해도 고민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의제 설정이다.

곳곳이 정부·여당과 야당이 충돌할 수 있는 '지뢰밭'이다.

먼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계획) 배치 문제를 보면 야당은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국방부는 5월 전에 사드 배치를 끝내겠다고 공표한 상태이다.

야권은 또 국정 역사교과서도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교육부는 "국정교과서 유예를 검토하지 않는다"며 "정치상황과 무관하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일 위안부협정, 성과연봉제 등의 정책들도 협의체 운영 과정에서 정부·여당과 야권의 충돌 포인트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에서 총리로 임명이 된 황 권한대행이 박근혜 정부의 핵심 정책을 뒤집을 수도 없는 입장이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마지막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국정 과제만큼은 마지막까지 중심을 잡고 추진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인사권 문제도 쟁점이 될 수 있다.

총리실은 인사권 문제만큼은 헌법상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만큼 협의 대상이 아니란 입장이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진정한 협치'를 위해서는 인사 문제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야권은 지난 12일 황 권한대행이 '유일호 경제팀'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하자 "국회 논의를 거치지 않은 일방적 권한 행사"라고 반발했다.

한편 여야가 20∼2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황 권한대행을 출석시키기로 합의한 것에 대해 총리실은 "결정된 것이 없다"면서도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실 측은 자료를 통해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에 출석한 전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가적 위기와 비상상황에서 권한대행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위중한 상황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