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에 숨죽였던 개헌파 '기지개'…여야도 개헌특위 구성 합의
실현 가능성엔 '물음표'…"유력후보가 수용 않으면 불가능"


'포스트 탄핵' 국면에서 개헌 논의가 다시 분출하면서 내년 상반기 조기 대선이 가시화한 시점에서 개헌 추진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집중해야 한다는 여론에 밀려 잠시 숨죽였던 개헌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개헌 띄우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개헌론자인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12일 KBS 라디오에서 "공약을 해서 '내가 대통령이 되면 개헌을 하겠다'는 얘기는 전부 다 부정직한 사람들의 얘기"라며 "가능하면 대선 전에 하는 게 정상"이라고 말했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기자간담회에서 "개헌은 중장기적이고, 대선보다 더 중요한 과제"라며 "제왕적 대통령제를 그대로 둬서는 안 되며 어떻게든 분권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YTN 라디오에서 "역사에서 보면 개헌을 이긴 호헌이 없다"고 했고, 국민의당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선거구제 개편과 개헌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권에서도 전직 국회의원·장관·청와대 참모 등으로 구성된 헌법개정국민주권회의가 이날 개헌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고, 새누리당 내 개헌 추진 모임인 '개헌추진회의'도 본격적인 활동을 예고했다.

여기에는 탄핵 이후 여권의 분화 가능성이 대두하는 가운데 개헌을 고리로 한 '제3지대' 구성 시나리오도 어김없이 따라붙는다.

때마침 여야 3당은 이날 원내대표 회동을 갖고 국회 내 개헌특위를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개헌특위는 여야 합의 개헌안을 마련하는 추진 기구로, 여야는 20대 국회 출범 직후부터 특위 구성에 공감대를 형성한 바 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개헌 논의에 불순한 의도가 숨어있다고 주장하는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한 야권 주류 측은 물론이고 개헌파에 속하는 당내 비문(비문재인)·비주류측 의원들도 개헌 가능성에 대해선 물음표를 달고 있다.

박 대통령 탄핵안의 국회 가결로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개헌을 추진할 시간이 없는데다 민심도 개헌 쪽에 있지 않다는 인식이다.

실제로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국민은 반부패 반특권의 개혁을 원하는데 정치권은 엉뚱하게 권력을 나눠 갖는 전리품 분배를 논의하자는 것"이라며 "차기 유력 대선후보가 개헌을 수용하지 않으면 개헌은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같은 당 박영선 의원도 CBS라디오에 나와 "과연 시기적으로 지금 적절한 타이밍이냐 하는 부분에는 여러 가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국민들이 지금 개헌 문제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를 정치권이 받아서 하는 것이 제일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정 의장도 개헌의 당위성은 강조하면서도 "100m 달리기를 하듯 시기를 정해놓을 문제는 아니다"라며 대선 전 개헌 주장에는 선을 그었다.

국회 개헌특위도 출범은 하지만 실질적 성과가 기대되기보다는 일단 출발하고 보는 '개문발차'가 아니냐는 인식도 있다.

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이날 3당 원내대표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개헌특위에 대해 "합의 사항이고 의원들 요구가 있으니 논의의 틀 정도는 만들어 놓고 굴리자는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개헌이 가능하겠느냐는 의구심, 회의론이 강하다"라고 말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비공개 의총에서 "개헌특위도 가동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개헌이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기자 ljungber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