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중 정상급 외빈 방한 요청도 없어"…탄핵정국 여파인 듯
'북핵외교 분주', 외교공백 불식 노력…"대북제재·압박 연중무휴"


국회에서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박근혜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된 가운데 내년 상반기까지 정상차원의 외교일정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나 탄핵정국에 따른 정상외교 공백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11일 기자들에게 "내년 상반기까지 예정된 정상의 해외순방 일정은 없다"면서 "내년 첫 다자 정상회의는 7월 7일 독일에서 개최 예정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어 "내년 상반기 중에 정상급 외빈의 방한 요청도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6개월간 정상외교가 없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일 뿐 아니라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평가되며,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정국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도쿄에서의 한일중 정상회의 연내 개최가 사실상 무산된 것도, 우리 정부는 중국 측이 일정을 확정하지 않은 점을 주요 요인으로 들고 있지만 탄핵정국이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북핵 및 북한 문제를 비롯해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출범,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를 둘러싼 논란 등 외교적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정상외교 부재에 따른 외교 공백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예정에 없던 정상외교 일정이 잡히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대타'로 나설 수 있지만, 무게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한 듯 외교부는 정상외교를 제외한 주요 외교일정 보따리를 풀어놓으며 '외교공백은 있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의식적으로 발신하고 있다.

외교부는 이미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한 4강대 사들을 불러 국내 정치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는 외교·안보 정책을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확인한 바 있다.

또 우리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탄핵소추안 가결 당일인 9일 베이징을 방문해 한중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을 가진데 이어 13일에는 서울에서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을 한다.

탄핵 정국에서도 북핵 외교는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간다는 강한 메시지 발신의 의미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유럽연합(EU)가 조만간 대북 독자제재에 나서고, 미국이 추가 대북 인권제재에 나설 것이라는 점, 또 대북제재 협의 등을 위한 러시아와의 고위급 협의 추진 등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주요 7~8개국이 북한에 대해 제재·압박만 다루는 협의를 진행하고 있고, 이 모임은 '저승사자들의 모임'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다는 소개도 했다.

이 당국자는 유엔 안보리 2321호에 이어 미국이 독자제재를 통해 북한의 석탄수출과 해외 노동자 수출을 제재 범위에 포함한 것과 관련해서도 "중국의 기업과 단체들이 배드 액터(bad actor)들과 거래함으로써 입을 수 있는 피해를 미리 경고한 것"이라면서 "이는 제2의 훙샹((鴻祥)이 나올 수 있다는 그런 메시지(경고)"라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특히 "원래 12월, 1월은 외교가에서는 '슬로우 시즌'이라고 하는데 북핵 제재·압박 외교는 정반대로 어느 때보다 바쁜 달이 되고 있다"면서 "일각에서는 최근 상황(탄핵정국) 때문에 외교 공백 얘기가 나오는데, 제재압박 외교는 연중무휴로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대북제재에 대해 연중무휴로 이뤄지는 '상시성'과 한미일 등이 독자제재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 '확장성', 북측이 제재에 대해 아파하는 모습을 보이는 '실효성' 등 3가지 특징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이와 함께 남아태지역(12일 싱가포르)·아중동지역(13일 브뤼셀)·유라시아지역(22일 모스크바) 공관장회의 개최일정을 공개하는 한편, 한일중 외교차관 협의회 개최를 위해서도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또 지난 10월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의에서 신설키로 합의한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의 조기 출범을 위한 협의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