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중한 상황…내각 동력은 대통령이 아닌 여야와 시민사회"
"탄핵 가결은 국민의 승리지만 또 하나의 아픈 역사"
"총리 내정자 활동 그만두고자 한다…내정자 지위 소멸"


김병준 전 국무총리 내정자는 11일 "싫건 좋건, 또 그 기간이 얼마나 되었건 현 내각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전 내정자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탄핵소추 의결을 보고'라는 글을 올려 "난국이 또 다른 난국을 잉태해선 안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전 내정자는 "일부에서는 내각이 소극적인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한다.

또 그래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면서 "그러나 그렇게 되어서도, 그렇게 만들어서도 안 된다"고 여야 정치권에 요청했다.

그는 또 "내각 또한 전환적 자세가 필요하다.

이제 내각을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의 원천은 대통령이 아니라 여야 정치권과 시민사회"라면서 "정치권과 시민사회와의 협의와 소통을 가볍게 여기는 자세와 인식으로는 필요한 동력을 확보할 수 없다.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 전 내정자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과 관련, "국민의 승리다.

시민사회의 역량에서 새로운 나라에 대한 희망을 본다"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 우리 스스로 선출한 대통령을 그만두게 하는 또 하나의 아픈 역사라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이어 "달리 길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대다수 국민과 대통령의 생각이, 또 정치권과 대통령의 입장이 크게 다른 상황에서 탄핵절차를 밟는 것 외에 무슨 길이 있겠는가"라며 "그나마 이러한 헌법적 절차를 밟게 된게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려가 다 가시지 않았다.

무엇보다 국정을 챙겨나갈 내각문제가 잘 정리되지 않았다는 점이 걱정"이라며 "경제, 사회, 외교·안보 모두에 있어 지금 당장 어찌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과제들이 쌓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전 내정자는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소추 되던 때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위중한 상황"이라며 "현 내각이 이를 관리할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민사회와 여야로부터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중립내각이 탄핵소추 이전에 구성됐어야 했다.

그 누가 이끌든 그렇게 됐어야 한다"며 "이 점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협치를 실험해 볼 수 있는 중요한 기회였다는 점에서, 또 정국 혼란이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전 내정자는 "이제 저는 총리후보 내정자로서의 활동을 그만두고자 한다"며 "법적지위는 황교안 총리의 권한대행체제가 자리 잡아가면서 자연스럽게 소멸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잘못된 정치에 잘못된 지도자들, 잘못된 정부에 잘못된 대통령, 모든 것이 잘못돼 가는 것을 안 지가 어제 오늘이 아닌데 그동안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라며 "한 때 국정에 깊이 관여했던 사람으로서 심한 책임감과 자괴감이 온 몸을 휩싼다"고 토로했다.

이밖에 그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이 아픈 역사가 어디서 시작됐는지, 시민사회의 역량이 정치, 경제, 사회 곳곳에서 살아서 움직이는 나라를 만드는 길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겠다"며 "수백 만 촛불을 통해서 본 국민적 아픔과 분노, 그리고 그 속에서 본 새로운 나라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 이한승 기자 jamin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