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투표 TV·인터넷으로 지켜봐…"분위기 싱숭생숭"
"우리 외교에 영향 주지 않아야…대북정책 기조 유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9일 국회에서 가결된 직후 외교·안보 부처는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이날 오후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전군에 감시 및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전군 주요지휘관 화상회의를 소집하라고 지시했다.

한 장관은 오후 6시10분 열린 화상회의에서 대북 감시 및 경계태세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화상회의에는 이순진 합참의장과 각 군 참모총장 및 작전사령관, 해병대사령관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전군 주요지휘관 화상회의에 이어 이순진 의장은 별도 회의를 주재해 대비태세 강화를 주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황교안 국무총리도 북한이 우리 정국 혼란을 틈타 무모한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즉각 한 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황 총리는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의결돼 대통령 직무정지라는 비상상황에 이르렀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안보태세에 한 치의 빈틈도 생기지 않고 국민이 안심하며 생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전군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비상한 각오로 위기 상황에 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전 세계 한국 대사관과 총영사관에 전보를 발송, 주재국에 우리 외교정책 기조에 변함이 없음을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윤 장관은 전보를 통해 전 재외공관원들이 외교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복무자세를 재점검하는 한편 우리 정부의 외교정책 기조에 변화가 없음을 주재국 측에 알리고 주재국과의 관계 발전에 계속 노력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통일부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 "정부는 평화통일 기반구축 등 대북정책 기조를 일관되게 견지하면서 대북, 통일정책 주요 현안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북한 태도 등을 예의주시하면서 관계 부처 간 긴밀하게 협력하며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외교·안보 부처 공무원들은 TV와 인터넷을 통해 탄핵투표 과정을 지켜봤다.

탄핵가결 이후로는 향후 여론의 흐름과 정치권의 논의 향방, 특검 수사 진행 방향 등을 조심스럽게 전망하는 모습 보였다.

외교부의 한 직원은 "부내에서도 TV나 인터넷으로 투표 결과를 지켜보는 분위기였다"면서 "가결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보도를 통해 들었는데 예상보다 찬성표가 많이 나와서 조금 놀랐다"고 말했다.

다른 외교부 직원은 "분위기가 싱숭생숭하다"며 "이번 상황이 우리 외교에까지 영향을 주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모두 한마음 아니겠냐"고 말했다.

앞으로 정상외교나 주요 조약체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외교부가 그동안 기본적으로 해온 업무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게 외교부 직원들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통일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대북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로 정부 조직이 움직이면서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해온 정책을 급격하게 방향을 틀기보다는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더욱 주력하지 않겠느냐는 발언으로 읽힌다.

국방부의 한 직원은 "탄핵안 통과 이후에도 국방 현안 추진에는 변한 것이 없는 만큼 올해 사업이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업무를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현역 군인은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상존하는 만큼 북한이 국내 상황을 호기로 오판하지 않도록 흔들림 없이 군 본연의 임무에 매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경두 공군참모총장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다음 주 예정했던 미국 출장을 취소했다.

공군 관계자는 "당초 미국 초청으로 12일 방미할 예정이었지만 현 상황을 고려해 취소했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미국에서 한미 공군 협력방안 등을 논의하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미국 록히드마틴과 손잡고 추진하고 있는 미국 고등훈련기(T-X) 교체사업 수주를 위한 지원활동을 펼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김호준 이상현 기자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