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 가결로 경제에도 큰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간의 악재와는 차원이 다르다. 무디스는 ‘박근혜 대통령이 연관된 스캔들이 한국의 경제정책 등 중대 결정을 지연시킬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고 이미 이달 초에 경고한 바 있다.

주목할 점은 탄핵 가능성에 비례해 해외의 부정적인 시각이 급증해 왔다는 점이다. 무디스는 지난달 22일만 해도 ‘최순실 사태가 한국 신용등급에 별 영향을 안 미칠 것’이란 의견을 발표했다. 하지만 불과 1주일여 만에 ‘무영향’에서 ‘악영향’으로 시각을 바꾼 점은 예사로 볼 일이 아니다. 정치권의 혼란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대통령의 탄핵에 따른 리더십 공백은 다른 정치적 혼란과 비교할 때 ‘급(級)’이 다르다. 최근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 협상이 어려움에 봉착한 것이나, 중국이 사드를 핑계로 롯데의 현지 사업에 전방위 세무조사를 시작한 것도 해외의 이런 시각과 떼어서 보기 어렵다.

앞으로 전개될 경제적 파장은 탄핵 이후의 과정에서 결정될 것이다. ‘즉시 하야’ ‘내각 사퇴’ 등의 무책임하고 반(反)헌법적인 주장이 다시 난무하며 혼란이 가중된다면 파장은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구심점 약화가 당장 소비와 투자심리에 직격탄이 된다는 점은 명백한 사실이다.

국가부도 위험지표인 CDS프리미엄이 아직은 안정적이다. 하지만 안심은 금물이다. 경제사령탑이 불명확한 상황인 데다, 대내외 경제여건도 큰 변수다. 다음 주에는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상된다. 이것만으로도 세계 경제를 격랑 속으로 몰고갈 수 있다. 엄중한 시기에 질서 있는 수습마저 실패한다면 ‘정치 탄핵’은 금세 ‘경제 탄핵’으로 이어지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