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로 새누리당은 엄청난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됐다. 탄핵 찬성파인 비박(비박근혜)계와 반대파인 친박(친박근혜)계는 당내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힘겨루기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분당 사태까지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친박계는 박 대통령과 함께 국정농단의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친박계 이탈표가 예상보다 많아 탄핵 찬성이 234표가 나오면서 친박계는 코너에 몰리게 됐다. 친박계가 주장한 ‘내년 1월 조기 전당대회’ 로드맵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 친박계 자체가 자연스럽게 해체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충격에 휩싸인 친박계 지도부는 9일 탄핵안 가결 직후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이정현 대표는 회의 후 “국민께 송구하고 결과를 받아들인다”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이 대표는 그러나 비박계가 요구하는 즉각 사퇴는 거부했다. 그는 “21일에 물러나겠다고 했던 것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면서도 “당 조직이 공백을 갖지 않도록 최소한의 장치가 마련되면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조원진 최고위원은 “비상대책위 구성을 서두르는 등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지도부 퇴진 문제를 놓고 또다시 계파 간 충돌이 예상된다.

비박계는 향후 친박계 퇴진과 함께 비상대책위 체제를 꾸려 당을 장악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탄핵 이후 친박계에 대한 인적 청산을 하고 새누리당을 재창당하는 수준의 보수 혁신 작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기간 동안 개헌 논의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박계 중심의 비상시국위원회는 11일 회의를 열어 수습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 비박계 중진 의원은 “당장 집단 탈당 사태가 벌어지진 않을 것”이라며 “친박계와 같이 갈 수 있을지 논의해 봐야 하는데, 서로 등을 떠미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박계 내에서도 탈당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 김무성 전 대표는 친박계와 갈등이 계속될 경우 탈당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유승민 의원은 당 잔류 의사가 강하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