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총사퇴'·'4·19 과도내각' 아이디어 나오는데 단일안 없어
야권분열·제3지대론 등 변수 많아…與 전면쇄신·보수 결집도 불안요소
가결·부결 무관하게 촛불민심 기댈 듯…부결땐 '전면 광장정치' 전망도


야권은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되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 표결에 따라 야권의 운명도 좌우될 것으로 보고 모든 신경을 곤두세웠다.

가결 여부는 물론 찬성표가 얼마나 나오느냐에 따라 이후 탄핵수습·조기대선 국면에서 야권의 입지는 180도로 달라진다.

가결이 다소 우세하다는 전망 속에서도 속내는 복잡할 수밖에 없다.

우선 탄핵안이 가결되면 힘의 균형은 야권으로 쏠리면서, 야권의 주도로 탄핵 정국의 수습이나 조기대선 준비가 진행될 전망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야권은 내각 개편은 물론 박근혜 정부의 핵심 정책들에 대한 철회·재검토를 추진하며 강력하게 정국을 주도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야권의 '포스트 탄핵' 행보가 순탄치만은 않으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범야권이 '탄핵'이라는 공통의 지상과제에 힘을 모았지만, 이후에는 서로 이견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

당장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이 필요한지, 헌재의 판결을 기다려야 하는지를 두고는 대권주자의 입장이 제각각이다.

내각 구성 방식에 대해서도 의견이 다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황교안 국무총리를 포함한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면서 이를 위한 '정치회담' 구상을 소개했다.

추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파트너가 있어야 데이트를 하는 것처럼 아직은 구상단계"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성곤 전 의원은 이날 입장문에서 "지도부가 황 총리의 교체를 요구하고 있는데, 100% 자기 뜻만 채우려 하면 역풍이 있기 마련"이라며 "수권정당이라면 국민들에게 안정감을 줘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당도 "황 총리와 함께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도 실제 총리퇴진을 주장할지에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대신 경제부총리 임명 등 안정에 방점을 찍는 모양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혼란이 오면 안된다.

경제문제를 잘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황 총리 거취에 대해서는 "나중에 말하겠다"고 했고, 내각총사퇴 제안에 대해 "너무 나가면 다른 당이랑 똑같아진다"고 했다.

이런 입장차가 두 야당의 대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두 야당은 이날 본회의장에서 탄핵소추안 제안설명을 어느 당에서 하느냐를 두고 물밑 신경전도 벌였다.

정국 수습방안에 대해서는 제3의 대안으로 4·19 혁명 후 혼란 상황 때의 '허정 과도내각'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당시 허정 전 외무장관이 내각의 대표로 국회와 상의해 과도내각을 꾸린 것처럼, 이번에도 황 총리를 물러나게 하고 경제부총리 등을 중심으로 내각을 운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3지대론과 개헌론이 거세지면 기존 두 야당에서 원심력이 강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조기대선 국면까지 겹치면서 '경선 룰'을 두고 충돌이 벌어지고, 일부 후보들이 제3지대에 합류한다면 이런 흐름이 더욱 힘을 받을 수 있다.

찬성표 숫자가 얼마만큼 나오는지도 야권의 행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야권은 일단 압도적인 가결을 원하고 있다.

그래야만 헌법재판소의 인용 결정을 더 압박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윤관석 수석대변인도 "237표가 되면 비박(비박근혜)계가 새누리당을 완전히 장악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210표 이내가 될지 237표를 넘을지도 중요하다"고 했다.

반대로 너무 압도적인 찬성표가 나오는 것에 경계의 목소리도 있다.

여권이 박 대통령과 확실히 선을 긋는 것으로도 볼 수 있어, 이후 새누리당이 '제2창당' 등 쇄신에 나설 경우 보수층의 결집을 불러와 야권도 좋을 것이 없다는 의견이다.

일각에서는 탄핵이 통과돼도 정권교체를 낙관할 수는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민주당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도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막연하게 야당으로서 촛불집회에 같이 참여해 대통령을 탄핵했으니 자연적으로 대권이 올 것이라는 환상은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탄핵안이 부결될 경우에는 야권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부결시 야권은 부결의 책임이 새누리당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1월 임시국회를 소집해 재발의를 추진할 전망이다.

동시에 이미 의원직 총사퇴를 선언한 만큼 국회해산을 선언하고 거리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무엇보다 이번 국면을 좌우하는 것은 광장의 여론이라는 판단 아래, 탄핵안 통과여부에 관계없이 10일 열리는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등 촛불민심과 보조를 맞추는 '광장정치'를 이어갈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이정현 서혜림 박수윤 기자 hy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