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화 없이 참모와 긴밀협의…'최순실 농단' 국조특위 TV 시청
몸낮춘 청와대, 국회 예의주시…머리손질·옷값 등 악재에 곤혹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8일 어떤 메시지도 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일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를 만나 자신의 거취문제에 대한 해법을 밝힌 뒤로 이날까지 침묵을 지켰다.

청와대가 거듭 예고한 대로 4차 담화 발표나 별도의 의혹 해명 기자회견도 없었다.

박 대통령은 전날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위 진행 상황을 TV로 시청했고, 관련 보고도 받았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했다.

"최씨와 대통령이 거의 같은 급(級)에 있는 게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최씨 지시로 대통령 옷을 100벌 만들었다"는 증언과 더불어 세월호 참사 당일 머리손질 의혹을 둘러싼 공방도 고스란히 지켜봤을 것이란 얘기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은 탄핵 표결을 앞두고 불거지는 각종 의혹들에 대해선 청와대 참모진을 통해 대응케 했고, 별도의 육성 메시지를 내지 않은 채 9일 탄핵 표결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으로 정리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에게 개별적으로 전화해 탄핵이 아닌 '질서있는 퇴진'을 호소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한 참모는 "그런 것은 대통령 스타일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대신 박 대통령은 청와대 위민관(비서동)을 수시로 방문하는 등 평소와 다름없이 핵심 참모들과 정국 대책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은 담담하고 차분하게 표결을 지켜보면서 상황에 맞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운명은 탄핵안 가부에 따라 달라진다.

박 대통령은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하야 등 중도사퇴 없이 법에 따라 탄핵심판 절차를 밟아나가겠다는 의지다.

최순실 의혹 규명을 위한 법리투쟁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야권이 탄핵안 가결 이후 '즉각 사퇴'를 주장하고 있지만, 박 대통령은 6일 새누리당 지도부 회동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더라도 헌법재판소 과정을 보면서 차분하고 담담하게 갈 각오"라고 확실히 선을 그었다.

또한, 탄핵안 부결시 박 대통령의 선택지는 두 가지다.

내년 4월 퇴진과 6월 조기 대선을 골자로 한 '질서있는 퇴진'의 동력을 살려가는 것과 촛불민심의 하야 요구를 일축하고 임기 끝까지 가겠다고 정면대응하는 방안이다.

이를 두고 청와대 안팎에서는 민심에 역주행하는 임기 완수 시나리오는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보다는 박 대통령이 질서있는 퇴진의 출구를 열기 위해 4월 퇴진을 거듭 천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전날 "탄핵안이 부결되더라도 박 대통령은 내년 4월 퇴진을 공식 선언해야 한다"고 밝힌 것도 박 대통령의 의중을 앞서 얘기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참모들은 탄핵 표결 이후의 대통령 행보에 대해선 "가부를 예단하기 어려운데 어떤 것도 말하기 적절치 않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청와대는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막판 악재가 쏟아져나오는 데 대해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세월호 참사 당일 미용사를 불러 머리손질을 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를 통해서는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언들이 생중계되고 있어서다.

한 참모는 "국조특위에서 제기된 의혹과 증언들이 여론을 더욱 악화시켜 탄핵안 표결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 강건택 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