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우병우 등 핵심증인 대거 불참…"맹탕 청문회" 한숨
'침울·뻣뻣' 자세 달라도 '모르쇠' 일관…검사후배 최교일 김기춘에 90도


"'최순실 등' 청문회가 아니라 '최순실 외' 청문회가 돼버렸다. '맹탕 청문회'다."

7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 2차 청문회에 최순실씨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여야 의원들은 답답한 심경을 쏟아냈다.

청문회에는 출석대상 증인 27명 중 절반인 13명만 참석, '반쪽 청문회'로 시작하다 동행명령장을 발부받은 장시호씨가 오후에 출석해 14명이 증인석을 채웠다.

특위는 오전 질의를 시작하기 전 불참한 최씨 등 11명에 대해 동행명령장을 발부하면서 청문회는 초반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나돌았다.

방청석에도 80여 명이 몰려 관심을 나타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비롯해 국조특위 소속이 아닌 의원들도 틈틈이 들러 '왕실장'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의 답변을 유심히 지켜보기도 했다.

여야 의원을 막론하고 증인들에 대한 호통이 이어졌으나 핵심 증인이 빠진데다 출석자들도 모르쇠로 일관해 '헛방 청문회'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특히 김기춘 전 실장에게는 세월호 관련 질문이 쏟아졌으나 소득은 없었다.

여야를 막론하고 특위 위원들은 고(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에 적힌 김 전 실장의 사법부·언론통제 의혹을 거론하며 김 전 실장을 몰아세웠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아이들 죽어가는 시간에 대통령이 머리 손질한 게 적절하냐"고 쏘아붙였다.

박영선 의원도 "아이들이 물에 빠지는 장면을 보고도 대통령에게 쫓아가지 않았느냐"고 소리쳤다.

새누리당 장제원 의원은 "국민 앞에서 진실을 말하라"고 소리치며 분위기가 험악해지기도 했다.

김 전 실장은 때로는 뻣뻣하게, 때로는 해명하듯 전략을 바꿔가면서도 답변만큼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김 전 실장은 비망록에 대해서도 "완전 루머"라며 "시대가 어떤데 사법부와 언론을 통제하나.

김 전 수석도 의도를 갖고 비망록을 남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에 야당 의원석에선 비웃는 소리와 한숨, 탄식이 뒤섞여 나왔다.

김 전 실장은 세월호 침몰 당일 보고 상황 등에 대해 정확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얘기한 데 대해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자신이 2013년 수술받은 날짜를 기억하면서 304명이 죽은 그날은 기억이 나지 않느냐. 국민의 할말을 잊게 만드는 증인"이라고 하자 한숨을 크게 내쉬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검사' 후배인 새누리당 최교일 의원이 청문회가 잠시 정회하자 김 전 실장에게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다른 증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침울한 표정을 짓거나, 긴장 속에 연거푸 물을 마시거나, 정면만 보는 등 제각기 다른 태도였지만 대답은 한결같았다.

구속된 피의자 신분으로 호송차로 국회에 도착한 차은택 광고감독은 특히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는 대표로 증인선서를 할 때도 목소리가 갈라지고 입술이 바싹 말랐으며, 답변 때마다 손바닥을 허벅지에 문지르거나 한숨을 쉬기도 했다.

김종 전 차관은 답변할 때조차 시종일관 바닥만 응시하다가 지적받기도 했다.

'피겨여왕' 김연아씨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것을 사과할 땐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진정성을 강조하려 애썼다.

지팡이를 짚은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국회에 도착하자마자 "왜 이렇게까지 됐나 하는 생각에 참담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청문회장에선 구부정한 자세에 침울한 표정으로 눈만 감았다 떴다를 반복했다.

장시호씨도 시종일관 두 손을 모은 채 이모인 최순실씨가 시켜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등의 일을 했다며 변명으로 일관했고, 이따금씩 '동문서답'이나 '엉뚱한 답변'을 내놨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최순실씨의 반응을 묻는 민주당 손혜원 의원 질의에 고영태씨는 "세월호의 노란색만 봐도 좋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당시 최씨의 행적에 대해 "당일 오전 원단 때문에 컨펌(확인)을 받으려고 최씨에게 전화를 했는데, (통화가 된 점에 비춰볼 때) 최씨가 당시 청와대에는 안들어갔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세월호 뉴스를 처음 접했을 때는 배가 막 발견됐을 때라서 '전원구조 됐다'는 기사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고, 시장 가서 볼 일 본 뒤 침몰하는 걸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고씨는 초반에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등 긴장한 모습을 보였지만, 민주당 손혜원 의원 등이 "당신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며 독려하자 최순실씨를 작심 비판하는 등 적극적으로 답변했다.

고씨는 일부 기자들과 국회 후생관에서 점심을 같이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포착됐다.

새누리당 황영철·하태경 의원은 "우리 고영태 증인"이라고 불렀고,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쉬는 시간에 넥타이가 비뚤어졌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증인들 간 신경전도 있었다.

고씨는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이 "차 감독 때문에 최순실과의 관계가 소원해져 앙심을 가진 게 아니냐"고 하자 기분이 상한듯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했고, 차 감독은 "고 전 이사가 최순실씨와 2014년 말에 싸운 걸로 안다"고 되받았다.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서혜림 기자 li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