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임종룡 부총리 후보자의 기묘한 동거가 한 달 이상 이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일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 교체를 발표했지만 이후 급변하는 정국 속에 경제부총리 임명 문제는 후순위로 몰려 기약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4분기 경기 급락 경고음이 커지는 가운데 내년에도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우리 경제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하루빨리 경제 컨트롤타워를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7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오는 9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 여부가 결정되면 경제부총리 임명 논의가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박 대통령이 김병준 교수를 국무총리에,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경제부총리에 내정했으나 이후 임명권자인 박 대통령이 탄핵 대상에 몰리면서 차일피일 미뤄져 왔다.

이중 김병준 총리 카드는 사실상 물건너갔다.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면 박 대통령의 권한행사는 중지되고 황교안 국무총리가 그 권한을 대행하게 된다.

주목되는 점은 부총리 후보자인 임 위원장이다.

김병준 총리 후보자와 달리 임 경제부총리 카드는 아직 살아있다는 평가다.

탄핵안 처리 이후 경제부총리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면 임 위원장의 부총리 인준 여부도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 등 야3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4일 회동에서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 이후 경제부총리 등 다른 현안을 재논의하자고 뜻을 모았다.

탄핵안 처리 결과에 따라서는 임 후보자에 대한 인준 절차가 곧바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 황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는다는 점에서 야당에서도 임 후보자를 반대하기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안검사 출신인 황 총리는 검찰 재직 당시에도 행정부처인 법무부 근무 경험이 거의 없었다.

이후 법무부 장관을 거쳐 국무총리에까지 올랐지만 대통령 탄핵이라는 위기를 맞아 정국을 수습할 수 있는 행정역량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획재정부 핵심 보직을 두루 거친 뒤 1차관에 이어 금융위원장까지 역임한 임 부총리 후보자를 인준해 경제 문제 만큼은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다만 임 부총리 후보자가 현 정부 경제팀의 일원이자 금융당국의 수장으로 산업 구조조정 및 가계부채 대응에 실기했다는 지적도 있어 다른 후보가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앞서 2004년 3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 당시에는 '행정의 달인'으로 평가받는 고건 총리가 버티고 있어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금융 구조조정의 주역이자 '관치의 달인'이었던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경제 불확실성 해소에 든든한 역할을 했다.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부결될 경우에는 정국 혼란이 가중되면서 경제부총리 임명 문제도 장기간 표류해 우리 경제가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우리 경제가 4분기 0%(전기비) 성장으로 제자리 걸음하는데 이어 내년에도 2.4%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최근의 정치적 불확실성을 감안하지 않은 것으로 이를 고려하면 우리 경제가 2% 성장도 이루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이날 경제전망 발표 브리핑에서 "지금까지의 불확실성이 장기간 지속되지 않고 방향성이 정해진다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작아질 것"이라며 "오래 지연되면 지연될수록 경제 미치는 영향이 커지게 된다"고 말해 대통령 탄핵 여부, 경제부총리 임명 여부 등의 혼란이 빨리 수습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탄핵안이 가결된다면 황 총리 권한대행 체제로 가게 되고 경제부총리 문제 역시 그때 이후 논의될 것"이라며 "지금은 경제부총리 청문회 일정 등의 문제를 말할 상황이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세종연합뉴스) 박대한 김동호 기자 pdhis9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