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의 1차 청문회에 출석한 참고인 중에선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이 눈길을 끌었다. 대기업 총수들에게 날선 발언을 쏟아내는 한편 의원들과 입씨름도 벌였다.

주 전 사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대해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조직폭력배처럼 행동한다”며 “누구라도 거역하면 확실히 응징해야 다른 사람이 따라간다는 논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삼성물산 합병을 반대했더니 한화그룹에서 물러나라는 이야기가 나와 사임할 수 없으니 법적으로 하라고 했다”고도 했다. 주 전 사장 자리는 증인으로 출석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바로 뒤였다.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해 사장 연임에 실패했느냐”는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는 “그 질문이 최순실 국정농단과 무슨 상관있나”고 되받았다. 이에 이 의원과 같은 당 하태경 의원은 주 전 사장의 불손한 태도를 이유로 퇴장을 요구했다. 이에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새누리당 마음대로 하나”며 퇴장에 반대해 여야 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주 전 사장은 부하 직원들과 불화가 많고 경영 성과가 좋지 않아 사장직을 내려놓은 것”이라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한 인사 조치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다른 관계자도 “주 전 사장은 임기를 다 채우고 나갔다”며 “연임에 실패한 이유는 지난해 경영실적이 너무 안 좋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31개 증권사가 순이익을 내는 동안 89억원의 순손실을 입어 업계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주 전 사장은 2013년 9월부터 올 2월까지 한화투자증권 대표로 일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