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범인 재벌이 피해자연…국민이 용서안해" vs "총수 잡아놓으면 사회발전 늦어"
증인 윽박지르거나 고성으로 질책하는 일부 의원 질의태도 비판 많아


'최순실 게이트'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6일 재벌총수 청문회에 민간단체 및 시민들은 이번 게이트의 진상규명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싸늘한 반응을 내놨다.

특히 재벌총수들이 미르 및 K 스포츠재단에 대한 출연금과 관련해 한결같이 대가를 바라고 돈을내놓은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무성의한 답변을 하는 경우가 많았고, 일부 의원들은 고압적인 질의나 태도를 보여 눈총을 받았다.

진보단체는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의 공범인 재벌이 피해자인 척하는 것은 문제라는 입장을 견지했고, 보수단체는 한국 사회의 경제성장을 위해 일해야 할 재벌을 청문회에 부른 것 자체를 비판했다.

반면 시민들은 총수들의 불성실한 답변 태도와 관련성이 떨어지는 질문을 해 청문회 진행을 방해한 일부 의원에 대해 실망감을 보였다.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재벌이 청문회에 전원 출석한 것은 다행"이라며 "박근혜 대통령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직권남용 강요도 일부 확인됐다"고 청문회의 의의를 평가했다.

그러나 안처장은 "재벌들도 뇌물과 정경유착의 공범인데 철저하게 그 부분을 부인·은폐하고 있다"며 "끝까지 피해자인 척하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제2의 박근혜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고계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사무총장은 "초점이 모호한 질문이 많고 (재벌들이) 대가성을 부인하고 사실도 모른다고 하니 증인으로 왜 나왔는지 모를 정도"라고 꼬집었다.

이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의 재벌 행태에 대해 국민의 비판이 높은데 명확한 입장도 없이 나온 데다 답변을 회피하려는 모양새라 국민의 실망이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보수 성향의 단체에서는 대기업 총수들을 상대로 한 청문회가 본래의 목적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바른사회시민회의 김영훈 경제실장은 "국조특위의 목적이 '최순실 국정농단'의 진상을 규명하는 것인데 참고인 신분에 가까운 기업인들을 청문하는 게 그 목적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모르겠다"며 "결국 국민을 위한 쇼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총수들을 불러 놓고 개최한 청문회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은 "총수들은 ('최순실 국정농단'의) 세부를 잘 모른다"며 "총수들이 의사결정을 즉각적으로 해야 하는 환경에서 그들을 오래 잡아 놓으면 우리 사회가 그만큼 성장할 기회를 잃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들은 한목소리로 재벌 총수들이 청문회에 임하는 태도가 불성실하다고 질타했다.

회사원 전모(34)씨는 "속시원한 청문회가 되기를 기대했는데 총수들은 어물쩍 넘어가는 모습만 보여 오히려 분통이 터졌다"며 "특히 '모르겠다', '송구하다'는 답변만 반복하며 핵심을 피해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모습은 국회는 물론이고 국민을 무시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고 일침을 날렸다.

미국 유학 중인 김모(27·여)씨는 "밤을 새워 청문회를 보고 있는데 일부 의원이 관련성이 떨어지는 질문으로 진행을 훼방해 화가 났다"며 "증인들과 의원들이 보신과 사익만 생각하며 불성실한 태도로 청문회에 응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의문이 해소되기보다 오히려 분노만 쌓인다"고 답답한 마음을 표현했다.

재벌들이 모르쇠로 일관해 오히려 의혹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도 많았다.

직장인 배모(44)씨는 "약속이라도 한 듯 '모른다', '기억이 안 난다'를 되풀이하는 모습을 보니 재벌은 피해자가 아니라 공범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 같다"고 촌평했다.

취업준비생 김모(27)씨는 "모르쇠로만 일관하는 모습이 뭔가 진짜 어마어마한 걸 숨겨놨다는 인상까지 준다"며 "얘기를 제대로 못 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대구에 거주하는 최모(60)씨는 "군부독재 시절 보던 모습이 똑같이 TV에 나오는 것 같다"며 "우리나라 정치·경제가 많이 발전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제자리걸음인 것 같아 유감이다"고 실망스러워했다.

일각에서는 큰 목소리로 증인들을 질책하거나 훈계성 지적을 하는 사례 그리고 청문회 주제와는 관계없는 질문을 하거나 증인 답변을 도중에 끊는 의원들의 질의 태도에 대한 지적도 많이 제기됐다.

(서울=연합뉴스) com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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