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 출석한 기업 총수들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 출석한 기업 총수들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질적 정경유착·스캔들확산에 경제위기 우려도

주요 외신들은 6일 '최순실 게이트'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재벌총수 청문회 소식을 관심 있게 보도하며 대기업 총수들이 이례적으로 한자리에 모여 공개적인 심판을 받은 사실을 부각했다.

외신들은 또 한국의 고질적인 정경유착 관행을 비판하면서 정치 스캔들로 경제 위기가 심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AP통신은 청문회가 TV 생방송으로 중계됐다면서 "한국의 가장 힘 있는 기업 총수들을 상대로 공개 심판(public reckoning)을 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전했다.

AFP통신도 '한국 업계 거인들이 스캔들 조사에서 진땀을 뺐다'(S. Korean industry titans made to sweat in scandal probe)는 제목의 기사로 청문회 소식을 자세히 다뤘다.

AFP통신은 "언론 관심이 달갑지 않은(publicity-shy) 총수들이 거의 30년 만에 처음으로 유사한 청문회에 서 가차 없이 들볶였다(grilled relentlessly)"고 표현했다.

또 다른 외신도 "기업 총수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끌어내릴 것처럼 보이는 스캔들의 중심에 선 두 개 재단(미르·K스포츠재단)에 기부를 할 때 대가를 바라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 외신은 다만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 자격으로 출석한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정부의 요청이 있으면 기업이 거절하기 어려운 게 한국 현실"이라는 발언도 주목해 보도했다.

스페인 EFE통신 역시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포함해 한국 대기업의 총수들이 박근혜 대통령이 연관된 '한국 라스푸틴(제정러시아의 몰락을 부른 괴승)' 사태의 청문회에서 증언했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 부터 김신 삼성물산 사장, 이재용 부회장, 김종중 삼성전자미래전략실 사장.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 부터 김신 삼성물산 사장, 이재용 부회장, 김종중 삼성전자미래전략실 사장.연합뉴스

일본 언론들도 청문회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벌 총수가 이례적으로 대거 출석한 사실을 속보로 전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후지뉴스네트워크는 '한국 국정 개입사건, 국회에서 두 재단 출자한 재벌 톱(총수) 불러 청문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경제를 이끄는 유명한 대기업 총수가 증인석에 잔뜩 모여있는 것은 색다른 모양의 풍경"이라며 "이 문제가 한국 전체를 흔들고 있는 큰 문제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고 전했다.

교도통신도 속보로 "한국을 대표하는 9명의 경영 총수가 청문회에 불려갔다"고 소개했고 요미우리신문 역시 인터넷판 기사를 통해 이 부회장 등의 발언 내용을 전했다.

AP통신은 "삼성의 이 부회장이 대부분의 질문을 받았다"며 "삼성의 억만장자 후계자에겐 최악의 날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도 "한국이 스캔들과 관련해 재계 거물들을 닦달하면서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이 (사격의 조준을 위한) 십자선(Crosshairs)에 섰다"고 강조했다.

한 외신은 '최순실 씨를 개인적으로 모른다', '앞으로 정치 스캔들에 연루되지 않도록 하겠다' 등의 이 부회장의 발언을 실시간 속보로 전하기도 했다.

한국의 고질적인 정경유착을 꼬집는 언론들도 있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정부 계획에 기업이 돈을 내면서 답례로 긍정적인 대우를 바라는 관행은 한국 정치에 수십 년간 뿌리박힌 것"이라며 재벌의 아낌없는 후원은 죄를 지은 총수들을 위한 대통령 사면으로 이어졌다고 청문회 일정을 소개했다.

WSJ은 1960∼1970년대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 고(故) 박정희 대통령이 "중공업 성장을 위해 재벌들과 밀접히 일했다"며 "전통적으로 한국 정부는 기업 영역에서 기부를 받으려고 '재벌의 사적 로비 그룹'(private lobbying group of the chaebol)인 전경련에 기댄다"고 지적했다.

이번 청문회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교도통신은 "최순실 씨의 국정개입 의혹에 박근혜 대통령이 관여 여부에 대해 이들이 어떤 증언을 할지가 9일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행방을 좌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WSJ은 "정치 위기의 심화로 몇몇 한국 대기업은 사업계획을 보류하거나 바꿨다"며 "검찰이 이미 체결된 협상을 조사하고도 있다"고 설명했다.

톰 홀랜드 아시아 전문 칼럼니스트는 이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기고한 '한국의 정치 스캔들이 일본식 침체를 위협한다'란 제목의 칼럼에서 한국 경제의 위기를 진단했다.

홀랜드는 한국에서 최근 한진해운 부도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폭발 사고,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 스캔들이 잇따라 터져 정책 마비 상태이지만, 확실한 정치적 권한을 가진 박 대통령 후임자가 취임하기 전까지 심각한 경제 문제를 해결할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홍콩·도쿄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최현석 김병규 특파원 kong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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