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이재용·최태원·신동빈 '초긴장'…양쪽 끝 정몽구·손경식 '다소 안도'
대부분 법무 담당 임원 배석…법무팀과 일문일답 도상연습 마쳐
재계 "총수 망신 주고 기업 이미지 떨어뜨리는 자리 되지 않길"

재계팀 = 사상 초유의 재벌 총수 청문회를 하루 앞두고 오너의 증인 출석을 앞둔 각 그룹이 긴박감 속에 최종리허설을 마쳤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국회 국정조사 특위의 1차 청문회(6일)를 하루 앞두고 이날 좌석 배치도가 정해지자 각 그룹은 희비가 엇갈렸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이 중앙에 위치하면서 특위 위원들의 집중적인 질의 공세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연로한 총수인 정몽구 현대차 회장, 손경식 CJ 회장, 구본무 LG 회장은 양쪽 측면에 자리를 잡게 돼 상대적으로 시선을 덜 받게 될 전망이다.

◇ 메르스 사과 이후 1년반 만에 공개석상 나서는 이재용
삼성 관계자는 이날 "막판 준비는 끝났다.

현장에서 성실히 답변할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은 청문회장 배석 인원이나 수행원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삼성 관계자는 "청문회장에 들어가는 인력은 1~2명으로 최소화할 예정"이라며 "법무나 기획, 홍보 파트에서 필요한 인력으로만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성열우 삼성그룹 법무팀장(사장)과 이인용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이 수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에서는 이 부회장 외에 김종중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 김신 삼성물산 사장 등 2명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둘러싼 국민연금 로비 의혹,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 승마 지원 논란 등에 대해 김종중·김신 사장이 구체적인 답변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그동안 법무·대관업무 부서를 중심으로 비상대응팀을 꾸려 가상 청문회를 진행하는 등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의원들의 질문이 이 부회장에게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의혹과 관련된 모든 부서가 합류해 답변 준비에 매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6월 메르스 사태 때 직접 나서 사과를 한 후 약 1년 반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셈이지만 긴 시간 공개적으로 질의·응답에 응하는 자리는 사실상 처음이다.

◇ 현대차, 최고령 정몽구 회장 가장자리 배치 '안도'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이 상대적으로 이동이 편하고 개인 공간이 넓은 가장자리에 배치된 것에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다.

만약 장시간 진행되는 청문회 동안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조금이라도 더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자리에 앉으면 위원장과 가까운 중앙에 비해 방송 카메라에 덜 노출된다는 것도 부담을 덜게 된 부분이다.

국회도 그룹 총수 가운데 정 회장과 손경식 CJ 회장이 가장 고령인 점을 고려해 가장자리를 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회가 두 분의 연세를 고려해서 양쪽 끝자리에 배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리와 관계없이 청문회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올해 79세로 역대 청문회 기업인 증인 가운데 최고령인 데다 2009년 심장질환으로 수술을 받은 뒤로 매년 정밀 검진과 고혈압 치료를 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경영전략회의도 연기하고 법무와 대관, 홍보 담당 부서를 중심으로 청문회 준비에 매진했다.

청문회 당일에는 변호인과 유관 부서 임원이 정 회장을 청문회장까지 동행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국회 내에 전문 의료진과 구급차를 대기시키기로 했다.

◇ 최태원 회장, 태평양 변호사들과 일문일답 연습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날 모든 일정을 취소하거나 연기한 채 청문회에 대비한 마지막 예행연습에 집중했다.

청문회 리허설 장소로는 서린동 SK 본사 건물 34층의 집무실 옆 회의실이 사용됐다.

이곳에서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변호사들이 의원처럼 질의를 하면 최 회장이 직접 입을 열어 답변하는 방식으로 예행연습이 진행됐다.

실제 청문회를 방불케 할 정도로 강도 높게 준비작업이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SK 측은 청문회의 증인 자리 배치에서 최 회장이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정 중앙에 앉게 된 점에 부담감을 감추지 못했다.

다른 그룹 총수에 비해 의원들의 질의가 집중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이번 청문회에서 최 회장에게는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과 본인 또는 동생 최재원 부회장의 사면 관련성이나 K스포츠 측의 80억원 추가지원 요청 의혹, 면세점 신규 인허가 청탁 의혹 등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와 추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SK 관계자는 "최 회장이 증인들 중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상대적으로 젊은 쪽에 속하다 보니 가운데 좌석에 앉게 된 게 아닌가 싶다"며 "성실한 답변으로 관련 의혹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LG그룹도 다른 그룹들과 마찬가지로 청문회를 하루 앞두고 막바지 점검을 했다.

LG는 구본무 회장이 고령이란 점을 신경 쓰고 있다.

LG 관계자는 "고령이신 만큼 안전사고나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쪽에 가장 신경 쓰고 있다"며 "그 외의 부분은 사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좌석 배정에 대해서는 "그 자리에 나간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것이지 자리에 대해서는 좋다 나쁘다 할 게 크게 없다"고 했다.

구 회장은 변호인 자격의 회사 법무팀장과 국회 쪽 안내직원과 함께 청문회장에 들어갈 예정이다.

따로 회사 임원을 대동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안전사고에 대비해 다른 직원들도 청문회장에 갈 것으로 알려졌다.

◇ 롯데 신동빈 회장, 대통령 독대 대화 내용 공개 예정
롯데는 신동빈 회장이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청문회 증인석 맨 중앙에 배치된 데 대해 "국정조사 특별위가 결정한 좌석 배치로, 총수들 나이 순서를 고려한 것으로 안다"며 "질문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재용 부회장 바로 옆이라 화면에 가장 많이 잡힐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는 반응이다.

나이 많은 총수들이 중계 화면 밖에서 다소 여유있게 질문을 기다릴 수 있는 반면, 신 회장과 이 부회장은 점심시간을 빼도 많게는 12시간 동안 계속 카메라를 의식하며 긴장해야 할 처지다.

신 회장과 함께 소진세 롯데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사장)과 변호인 1명이 배석할 예정이다.

신 회장은 특히 대통령 독대(3월 14일) 당시 대화 내용을 청문회장에서 정리해 공개할 예정이다.

많은 국정조사 특위 위원들이 독대 내용에 대해 이미 서면 질의해왔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당시 박 대통령과 '평창 올림픽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일본 나가노 올림픽의 경우처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재정 적자 등 부담을 키울 수 있는 만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내수 경기 회복이 매우 시급한 문제이며, 롯데도 내수 경기 회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 '롯데는 액셀러레이터(벤처지원 전문회사) 등을 통해 청년 스타트업(벤처) 창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등 크게 세 가지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고 주장할 계획이다.

면세점 추가 입찰 요청 등은 독대 대화 주제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청문회에서 강조할 계획이다.

이날 신 회장은 서울 소공동 롯데타워 26층 집무실에서 법무·대외협력 관계 임직원들과 함께 답변 내용을 숙지했다.

◇ 조양호, 차분히 복습…한화, 동선 면밀히 체크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청문회를 하루 앞두고 변호인, 법무팀과 함께 차분히 관련 내용을 복습하면서 막바지 준비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은 조 회장이 청문회 증인석 가장자리에 배치된 것에 안도하는 반응을 보였다.

위원장 바로 맞은편 중앙 자리에 앉아야 하는 다른 그룹 총수들보다 관심이나 질문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예상해서다.

그룹 관계자는 "아무래도 앞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한진해운 사태 관련한 입장을 설명했다는 점을 고려해 자리 배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자리인 만큼 조 회장이 좌석 배치와는 상관없이 성실하게 청문회에 임할 것이라고 전했다.

조 회장과 함께 배석하는 인물은 서용원 ㈜한진 사장과 법무법인 화우의 정진수 대표변호사로 정해졌다.

서용원 사장은 조 회장의 오른팔 격인 최측근으로 꼽힌다.

그룹 내부에서는 오너 가족의 대소사까지 챙기는 '집사'와 같다는 평가도 있다.

서 사장은 앞서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사건 당시에도 대응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CJ 손경식, LG 구본무 회장에 이어 밖에서 세번째 자리에 앉는다.

질문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재용 부회장 바로 옆자리는 피했지만 국민 의혹의 시선이 집중되는 자리인 만큼 긴장은 늦출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화 관계자는 "자리 하나로 희비가 갈리면 자칫 희화화될 수 있다고 본다"며 "자리가 자리이니만큼 그간의 유혹에 대해 명확하고 성실하게 답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에서는 변호인 자격으로 법무팀장과 임직원 한 명이 배석할 예정이다.

배석할 임직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특히 청문회장에 입장하기 전 언론의 관심이 쏠리면서 포토라인이 무너지거나 총수가 넘어지는 등 안전 문제 발생을 우려해 동선을 면밀하게 체크하는 등 막후 준비에 한창이다.

입장 과정에서의 경호는 국회사무처에서 맡기로 했다.

기업 관계자는 "포토라인이 무너지는 순간 실제로 사고가 일어날 수 있어서 긴장을 놓을 수가 없다"며 "기업 자체 경호인력을 붙였다가는 자칫 '과잉경호' 논란을 부를 수 있는데 다행히 국회에서 한 명씩 경호인력을 붙여주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피의자도 아니고 참고인이자 증인 자격인데 국민들 시선은 이미 한쪽으로 기운 것 같다"며 "기업을 이끌고 해외에 나가서 일을 해야 할 분들인데 청문회가 어느 정도의 선은 지키면서 이뤄지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청문회에 GS그룹 회장이 아닌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자격으로 출석한다.

이 때문에 청문회 준비도 전경련이 주도적으로 했고 GS는 주로 의전에 신경 쓴 것으로 전해졌다.

전경련 측 변호인과 임직원이 허 회장과 함께 청문회장에 들어갈 예정이며 GS그룹은 일부 임직원을 국회에 배치하기로 했다.

재계 관계자는 "의원 여러 명이 질문하다 보면 최순실 사태와 연관 없는 다른 이슈까지 꺼내 들며 문제 삼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그룹 총수에 망신주고 기업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자리가 아니라 목적에 충실한 청문회가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