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실세'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3일 제6차 촛불집회에서 주한미국대사관 측이 '1분 소등' 퍼포먼스에 동참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날 열린 광화문 촛불집회에서는 박 대통령 퇴진과 세월호 참사 당시 '7시간' 행적을 규명해야 한다는 뜻으로 오후 7시에 맞춰 참가자들이 일제히 촛불을 껐다가 다시 켜는 '1분 소등'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4일 집회 참가자들과 일부 종편방송 화면 등에 따르면 집회 참가자들이 오후 7시께 카운터다운에 이어 '소등'을 외치는 순간 광화문 광장 바로 옆에 있는 주한미국대사관에서도 불이 꺼졌다.

당시 대사관 상층부 한 개 층의 사무실에서는 불이 켜져 있었으나 소등 퍼포먼스와 함께 불이 꺼지는 모습이 확연히 드러났으며, 약 1분 후 불이 다시 들어왔다.

이를 두고 네티즌을 비롯한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 측이 소등 행사에 동참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한미국대사관 측이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소등 행사는 물론 촛불집회에 의식적으로 메시지를 발신하려고 했다면 외교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이 될 수 있다.

주한미국대사관 측은 이날 오후 현재 관련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어 소등 행사에 동참한 것인지 또는 소등 행사에 동참했더라도 대사관 측의 의사 표현인지 아니면 당시 근무자의 개인적 동참인지는 불투명하다.

주한미국대사관에는 소등 배경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촛불집회와 관련해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도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리퍼트 대사는 지난 5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제2차 주말 촛불집회가 열리기 몇 시간 전 야구 유니폼(상의) 차림으로 집회 장소 주변을 걷는 모습이 포착된 바 있다.

당시 평소 광화문 주변 산책을 즐기는 리퍼트 대사의 단순한 산책인지, 최순실 파문을 둘러싼 현장의 민심 파악과 이를 토대로 본국에 보고를 위한 것이었는지에 대한 분분한 해석이 나왔다.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한국의 대규모 촛불집회에 대해 "(한국의) 정치적 시위와 관련한 보도를 봐서 내용을 알고 있다.

그것에 대해서는 집회 참가자와 한국 정부가 말하도록 두겠다"면서도 "평화적 시위와 집회 권리에 관한 우리의 입장은 잘 알려져 있고, 전 세계에서 계속 그것을 지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