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이재명 '연대의식' 과시 속 '뼈있는 농담' 교환

야권의 차기 대선주자인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서로를 향해 연대의식을 나타내면서도 '뼈가 있어 보이는' 농담을 주고받아 눈길을 끌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2일 TBS 라디오에 나와 자신이 느리고 답답하다는 의미의 '고구마'로, 이 시장이 속이 시원하다는 뜻의 '사이다'로 불리고 있다는 지적에 "사이다는 금방 목이 마르다.탄산음료가 밥은 아니다. 고구마는 배가 든든하다"라고 말했다.

이는 강경발언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이 시장을 다소 견제하는 듯한 발언을 한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문 전 대표는 그러나 "이 시장의 지지율 상승은 아주 좋고 기쁜 일로 야권 전체 파이가 커지는 것"이라고 평가하고 "사이다만 마시면 배가 고프니까 고구마도 함께 먹고, 고구마만 먹으면 목메니까 사이다도 마시고 이렇게 함께 해나갈 것"이라며 '협력적 관계'를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은 3일 오후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 전 대표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농담으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조화롭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그러면서 "재밌게 말하자면 목마르고 배고플 때 갑자기 고구마를 먹으면 체한다"고 문 전 대표의 발언에 '응수'하는 듯한 언급을 내놨다.

그는 그러나 "목을 좀 축이고 사이다를 마신 다음 고구마로 배를 채우면 든든하게 열심히 할 수 있다"고 문 전 대표와의 연대의식을 나타냈다.

앞서 이 시장은 트위터에 "사이다에 고구마를 같이 먹으면 맛있고 든든하다"면서 "내가 아니라 우리가 이기는 게 먼저이고, 우리는 한 팀"이라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문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이 시장의 트위터 글을 링크하며 "맞는 말이다"고 호응하는 모습도 보였다.

야권 주변에서는 대선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선두주자인 문 전 대표와 최근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이 시장이 미묘한 신경전을 주고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lkb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