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세 야당이 2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최종안을 발표했다.

세 야당은 탄핵소추 사유에 대해 "대통령은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과 법률을 광범위하고 중대하게 위배했다.

헌법질서의 본질적 내용을 훼손·침해했다"며 "민주주의를 적극적으로 위반한 것이며 선거를 통해 국민이 부여한 민주적 정당성과 신임을 배신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최순실 등 국정농단과 사익추구는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며, 이런 비리는 박 대통령 본인에 의해 저질러졌다"면서 "검찰수사에 응하겠다는 대국민약속을 어기면서 최소한의 신뢰도 깨버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4~5% 수준으로 추락했고 더이상 직책을 수행하지 말라는 국민의 의사는 분명하다"며 "탄핵소추를 통해 국민의 의사와 신임을 배반하는 권한행사는 용납되지 않는다는 헌법원칙을 재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탄핵 사유에 대해서는 '헌법위배' 부분과 '법률위배' 부분으로 나눠서 설명했다.

◇ 헌법 위배행위 중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들은 최순실 씨 일가에 의한 국정농단이 헌법 제1조인 국민주권주의, 67조 대의민주주의, 88조 국무회의에 관한 규정, 66조 대통령의 헌법 수호 의무 등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최씨가 고위공직 인사에 관여했고, 국무위원이 아닌 최씨에게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 사항도 미리 알려줘 영향력을 행사토록 했다"며 "국가의 권력과 정책을 최씨 등의 사익추구 도구로 만들고, 최씨는 대통령 권력을 남용해 기업에서 수십억원, 수백억원을 내도록 강요했다"고 설명했다.

또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최씨의 추천으로 임명하는 등 최씨를 비호하는 사람을 장·차관에 임명했다"며 헌법 7조인 직업공무원제도, 78조 대통령의 공무원 임면권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수석비서관 등을 통해 사기업에 금품 출연을 강요한 것 역시 헌법 23조인 재산권 보장, 제119조인 시장경제질서 유지 의무 조항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2014년 '비선실세' 의혹을 보도한 세계일보 인사에 개입한 의혹이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헌법 21조인 언론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 헌법 위배행위 중 세월호 참사 부실대응

세월호 참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 역시 헌법 제10조인 생명권 보장 조항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이들은 "대통령은 침몰 이후 한참이 지나고서야 나타나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었다는데 그렇게 발견하기 힘드냐'고 말하는 등 상황파악을 하지 못했음을 스스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과 언론이 수차례 이른바 '세월호 7시간'의 행적에 대해 진실규명을 요구했지만 비협조와 은폐로 일괄하며 알 권리를 침해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통령은 즉시 사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모든 방법을 사용해 인명구조에 최선을 다했어야 한다.

또 청와대 참모회의를 소집했어야 한다"며 "그러나 서면보고만 받을 뿐 대면보고도 받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와 같은 국가재난상황에서 대통령이 이처럼 대응한 것은 사실상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지 않은 직무유기"라고 했다.

◇ 법률 위배행위 중 뇌물죄

이들은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모금 의혹 가운데 일부에 대해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삼성그룹, SK그룹, 롯데그룹의 경우 구체적인 기업명을 적시했다.

먼저 삼성그룹에 대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휘·감독을 받는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들에게 전화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며 출연에 대가성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SK그룹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은 2015년 8월 최태원 회장을 특별 사면했다"며 "또 SK그룹은 2015년 11월 면세점 특허권 심사에서 탈락해 사업권을 상실했으나, 2016년 3월 기재부가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다시 특허 신청을 했다"고 기술했다.

롯데그룹에 대해서는 SK그룹과 마찬가지로 면세점 특허를 신청했다는 점과 함께 "박 대통령과 최씨, 안 전 수석이 롯데그룹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던 때에 70억원을 받았다가 압수수색 하루 전 이를 반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 세 그룹에는 합병 의결권 행사, 특별사면, 면세점 사업권 특허신청, 검찰수사 등 직접적 이해관계가 걸려있었다"며 "이 세 그룹이 건넨 도합 360억원은 뇌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씨가 현대자동차 협력업체인 'KD코퍼레이션'으로부터 현금 5천162만원과 명품 핸드백을 받은 것도 뇌물죄를 적용했다.

이들은 "이 업체는 최씨 딸인 정유라씨의 동창생 부모가 운영하는 회사"라며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훌륭한 회사인데 외국 기업으로부터 부당한 압력을 받고 있으니 현대차에서 그 기술을 채택할 수 있을지 알아보라'는 지시를 했고, 이후 납품이 결정됐다"고 기술했다.

◇ 법률 위배행위 중 직권남용·강요죄

이들은 미르재단에 16개 기업, K스포츠재단에 19개 기업이 기부금을 출연한 것은 직권남용·강요죄가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기업들은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박 대통령과 안 전 수석으로부터 출연금 납부 요구를 받고, 위법과 탈법을 불사하며 초고속으로 출연금을 냈다"며 "담당 임원들로서는 대통령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세무조사를 받는 등 불이익이 있을까 두려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 최씨와 함께 이런 두려움을 이용해 돈을 납부하게 했다"며 "기업의 의사결정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올해 4월부터 한달간 최씨가 실소유주인 플레이그라운드가 현대자동차 광고를 70억원 상당 수주한 것, 포스코에 배드민턴팀, 펜싱팀, 태권도팀을 창단하고 매니지먼트를 최씨가 실소유주인 더블루케이가 담당토록 한 것 등이 직권남용·강요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플레이그라운드가 KT의 광고 7건을 수주한 것, 그랜드코리아레저에 장애인 펜싱팀을 만들고 더블루케이가 에이전트 비용 3천만원을 받은 것 등도 같은 혐의로 기술됐다.

한편 청와대 문건이 외부로 유출된 것에 대해서는 '문서유출 및 공무상 비밀 누설죄'로 탄핵안에 담았다.

이들은 "2013년 박 대통령은 정호성 당시 비서관에게 지시해 '복합 생활체육시설 추가대상지 검토' 문건을 최씨가 사용하는 외부 이메일에 첨부해 전송했다"면서 "박 대통령은 이를 비롯해 47건의 공무상 비밀이 담긴 문건을 최씨에게 이메일이나 인편으로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hy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