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퇴진시한' 표명 여부·與 비주류 입장 여하 따라 달라져
추가 입장 표명 없으면 가결 전망 우세하나 부결 가능성 배제 못 해
탄핵안 부결시 대혼돈…촛불민심 여의도로 향하고 '국회 해산론'도 예상

'탄핵 열차'의 바퀴가 구르기 시작했지만 전도가 극도로 불투명하다.

열차를 세우려면 새누리당이 내놓은 '4월 말 퇴진-6월 조기 대선' 퇴진 로드맵에 야권 3당이 합의하고 이를 박근혜 대통령이 수용해야 하지만 현 시점에선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렇다고 '탄핵'이라는 종착역에 반드시 도달할 것이라고 예단하기도 힘들다.

박 대통령이 "국회 결정에 따르겠다"며 임기단축 의사를 표명한 상황에서 야권이 주도하는 탄핵대열에 동참하려는 여당 비주류 의원들의 숫자가 당초 예상보다 줄어들고 흐름 때문이다.

자칫 퇴진 로드맵이 명확히 그려지지 않은 채, 탄핵이 불발되고 민심의 분노는 더욱 치솟는 최악의 불확실성에 빠져들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2일 더불어민주당 우상호·국민의당 박지원·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의 명의로 공동 발의된다.

예산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9일 새벽으로 넘어갈 경우 새벽에 발의될 수도 있다.

발의후 8일 국회 본회의 보고를 거쳐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치는 일정에 야3당은 합의했다.

탄핵안은 발의 후 첫 본회의 보고로부터 24∼72시간 범위에서 표결해야 한다.

탄핵안은 가결되든, 부결되든 각 정파의 운명을 가를 엄청난 충격파를 몰고올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의 이날 탄핵안 발의 결정으로 정치권 전체가 폭풍 전야와 같은 긴장의 도가니로 빠져든 분위기다.

게다가 탄핵에 대한 여당, 야당, 청와대의 입장이 모두 달라 각각의 다양한 시나리오가 모두 나름의 가능성을 내포한다는 점에서 정국의 불확실성과 불가측성 역시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다.

일단 현재 민심의 기류와 정치적 역학관계 등을 감안할 때 야3당이 주도하는 이번 탄핵안이 9일 가결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시각이 나온다.

야3당 소속 의원 전원(172명)이 표결에 참여한 가운데 새누리당 비주류 중 28명만 표결에 임해 찬성표를 던진다면 탄핵안 가결에 필요한 정족수(200석)를 넘길 수 있다.

새누리당 비주류도 이날 비상시국회의에서 오는 7일 오후 6시까지 박 대통령이 4월 말 이전으로 퇴임 시한을 천명하고 2선으로 물러나지 않으면 탄핵안 표결에 참여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와 맞물려 야3당은 비주류 의원들을 상대로 총력 설득모드에 돌입한 분위기다.

이에 따라 외형적으로는 박 대통령이 7일까지 퇴임 시한을 밝히지 않으면 탄핵안 표결이 진행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

비주류의 한 의원은 "대통령이 4월 퇴진과 함께 지금부터 2선으로 물러난다는 뜻을 확실히 표명하지 않는다면 탄핵에 가담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표결에서 비주류의 찬성표가 예상보다 적게 나오면서 탄핵안이 부결될 가능성을 점치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새누리당 당론은 비주류의 의견과 조금 다르게 4월 말 퇴임을 전제로 한 로드맵이 '여야 합의로' 만들어지는 것이고, 박 대통령도 여야 합의안이 아니면 받지 않겠다는 방침이 현재까지는 확고하다.

이런 상황에서 탄핵안 처리의 '캐스팅 보트'를 쥔 비주류가 마냥 야당이 주도하는 대로 탄핵에 동참하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야당이 여당과의 협상에 응하지 않고 '마이웨이'를 고집한다면 표결 참여를 거부하겠다는 비주류 의원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박 대통령은 조만간 비주류를 포함한 새누리당 의원들과 연쇄 면담을 하고 언론사 등을 상대로 한 간담회 형식을 빌려 조기 퇴진 의지를 보다 명확히 표명할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비주류 내부의 흔들림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비주류 잠룡인 유승민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이 퇴진 시점을 밝혀도 여야 협상이 안 되면 탄핵 표결에 들어가느냐에 대해서는 (비주류 회의체인) 비상시국위 내부 의견이 갈린다"면서도 "탄핵안 표결이 진행되면 참여하겠다는 의원들이 있겠지만, 그 숫자가 가결에 충분하냐는 것은 지금 자신 있게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비주류 의원은 "야당이 우리와 국민을 무시한 채 저런 식으로 오만하게 독자 행보를 걷는다면 우리도 탄핵 참여 명분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주말 촛불집회가 또다시 최대 참가 인원을 경신하는 등 민심의 악화가 계속된다면 비주류가 탄핵 대오를 유지할 동력을 확보할 수도 있다.

만약 탄핵안이 부결되면 야당 지도부의 사퇴가 불가피해지는 등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탄핵 정국은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짙은 안갯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촛불민심이 청와대는 물론 여의도 국회로 향할 수 있고, 대통령 퇴진론에서 나아가 '국회 해산론'까지도 쏟아져 나올 수도 있다.

다만 탄핵안 부결에 따른 부정적 여파는 새누리당, 특히 새누리당 비주류에게 더 크게 미칠 것이기 때문에 새누리당 비주류가 표결을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당과 야당, 박 대통령의 이해가 모두 일치해 퇴진 로드맵에 대한 완벽한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을 가장 낮게 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여야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야당은 현재까지 탄핵 방침을 고수하고 있고, 새누리당은 주류와 비주류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어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가 쉽지 않은 형국이다.

이 같은 '정치의 실종'이 계속된다면 연말연초 정국의 기상도를 더욱 어둡게 만들며 대혼돈 상태는 지속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