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결 1주일전 서둘러 탄핵안 발의…비박계로 공 넘기고 여론전 집중
"촛불, 국회로 향할라" 민심 이반에 위기의식…야권 균열에 사과도
대통령 퇴진수용설 등 변수…일각선 "부결되도 1월에 다시 탄핵"


주춤거렸던 야권의 탄핵열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 야당이 균열을 가까스로 봉합하고 '9일 탄핵안 의결'이라는 공동 목표를 설정하면서다.

표결일인 9일까지 '운명의 일주일'을 남긴 야권은 신발 끈을 다시 동여매고 여론전에 총력을 다하며 탄핵동력을 끌어올리는 데 전력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탄핵안 발의 실패로 야권에 차가운 시선을 보냈던 '촛불민심'과도 다시 적극적으로 결합하면서 재차 분위기를 고조시키겠다는 것이 야권의 계획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 진영이 점점 탄핵에 소극적이 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야권의 의지와 별개로 탄핵 성사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따라 부결에 대비한 '플랜B'를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고개를 들었다.

이날 야3당 원내대표들은 '5일 탄핵안', '9일 탄핵안'을 조율하기 위해 회동을 가졌으며 불과 30분만에 9일 탄핵안을 채택해 발표했다.

국민의당이 제안한 '5일안'에 대해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명시적으로 반대하는 것을 삼가고, 대신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먼저 나서서 "고집하지 않겠다"고 하는 등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대통령이 퇴진을 선언해도 탄핵안을 진행하겠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흔들림 없이 간다"고 답했다.

동시에 이들은 "새누리당 비박 세력 역시 더는 좌고우면 하지 말고 대통령 탄핵에 함께할 것을 요구한다"며 공을 다시 비박계로 넘겼다.

야권 안팎에서는 이처럼 야권의 '탄핵연대'가 하루 만에 공조를 회복한 데에는 지지자들의 성난 민심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전날 야권이 탄핵안 발의에 실패하자 일부 의원들은 "이제 촛불이 여의도를 향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많았다.

더 좌고우면하면 역풍을 감당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왔다.

'2일 표결'에 반대했던 박 비대위원장 등 국민의당 의원들에 대해서는 야권 지지자들의 항의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당의 뿌리인 호남에서 항의가 폭주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더이상 탄핵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것이 야권의 다짐이다.

표결일을 일주일이나 앞둔 상황에서 일찌감치 탄핵안을 발의한 것도 "뒤돌아보지 않겠다"는 각오로 읽힌다.

국회에서 철야농성을 한 일부 의원들은 이날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를 약식으로 갖고 결의를 다졌다.

이처럼 세 야당이 다시 전열 재정비에 나서긴 했지만, 탄핵안 의결까지 남은 과정은 그리 순탄치는 않으리라는 우려도 나온다.

무엇보다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이 '4월 퇴진론'을 당론으로 정한 상황에서 청와대가 여기에 어떤 입장을 보이느냐가 최대 변수가 될 수 있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마지막으로 탄핵이 가능한 본회의 직전인 다음주 6∼7일쯤 대통령이 여당의 건의를 받아들여 내년 4월말 퇴진을 하겠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할 것이라는 첩보가 방금 들어왔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탄핵에 '올인' 하는 동시에 부결됐을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통령 임기단축을 위한 여당과의 협상에 유연하게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이같은 상황인식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반면 이번에 탄핵이 부결되더라도 1월에 다시 임시회를 소집해 탄핵을 재추진하면 된다는 주장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다시 복원된 것처럼 야권연대 역시 언제 다시 삐걱거릴지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탄핵안이 9일 부결될 경우에는 '2일 의결 실패'에 대한 책임론을 두고 두 야당이 다시 감정싸움을 벌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도 조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전날 탄핵 발의 실패에 대해 "여당이 4월퇴진 당론을 채택하고, 국민의당이 탄핵 발의를 거부하고, 다음주 대통령이 퇴진요청을 수용하는 등 잘 짜여진 각본에 따라 움직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며 "1일 탄핵발의를 주저한 국민의당이 새삼 원망스럽다"고 남겼다.

그러자 국민의당 이행자 부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조 의원 '잘 되면 내 덕, 안되면 남의 탓' 하는 버르장머리 좀 고쳐라"라며 "조 의원은 남을 나무라기 이전에 국민의당에 사과하고 야권 공조에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서혜림 기자 hy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