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정부 물밑 협상서 타결…법인세는 그대로 두기로
누리과정 예산, 일반회계 전입 부담 명시
'증세없는 복지' 박근혜 정부 기조 깨져


여야 3당과 정부는 2일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을 중앙정부가 8천600억원을 부담하고 소득세 최고구간을 신설하는 것으로 400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협상을 타결지었다.

이에 따라 개정 국회법인 일명 국회 선진화법 도입 이후 3년 연속으로 법정처리 기한 내에 예산안을 처리하게 됐다.

새누리당 김광림,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내년도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인 이날 정부 측과 예산안 및 예산부수법안에 대한 막판 협상을 벌인 끝에 이 같이 합의했다.

누리과정 예산의 경우 3년 한시의 특별회계를 설치하고, 일반회계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전입을 받기로 했다.

정부는 내년도 일반회계 전입금으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의 45%인 8천600억원을 부담한다.

사실상 총 2조원 정도로 추산되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정부와 지방교육청이 절반 정도씩 부담하는 셈이다.

현재 누리과정 재원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부담하도록 돼 있는데, 정부는 그동안 3천억원∼5천억원을 예비비 형태 등으로 지원해왔다가 이번에 일반회계로 지원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몇년 간 예산안 협상의 최대 '뇌관'이었던 누리과정 예산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하게 됐다.

여야는 야당이 인상을 주장해온 법인세율은 인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소득세에 대해서는 과표 5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고 세율을 현행 38%에서 40%로 올리기로 해 박근혜 정부 들어 내세워 온 '증세없는 복지' 기조가 깨졌다.

이 같은 합의는 여당이 인상을 결사 반대해온 법인세를 그대로 두는 대신, 야당의 소득세 인상안을 일부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여야 3당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과의 예산안 합의문 서명식에서 "누리과정 때문에 중앙정부와 지방교육청 간 갈등이 많았는데 이 문제가 이번 합의를 통해서 해결됐다"면서 "갈등사항과 난제를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해결하는 전통이 만들어졌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김광림 의장은 "여야 3당의 협의 사항을 정부가 100%는 아니지만 상당 부분 받아준 것"이라면서 "정부가 국회 합의를 존중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윤 의장은 "예산안과 법률에 누리과정 예산이 처음으로 명시된 합의안이어서 응급처방해왔던 누리과정 예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게 됐다"면서 "지원규모에 다소 불만스러운 점이 없지 않으나, 최소 3년 간은 누리과정과 관련된 갈등을 불식시킬 수 있다는 데 의미를 찾는다"고 말했다.

김성식 의장은 "무엇보다 소득재배분 효과가 있는 고소득층 과세 구간을 하나 더 신설해 최소한 불평등·불공정을 줄여달라는 촛불민심에 일부라도 부응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여야는 이날 오후 10시 본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이 반영된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 수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앞서 국회 예산결산특위는 지난달 30일까지 예산안 심사를 종료하지 못해 개정 국회법인 일명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원안이 국회 본회의에 자동부의돼 있는 상태다.

본회의에서는 여야가 합의한 수정안에 대해 먼저 표결하게 되며 가결되면 정부원안은 자동 폐기된다.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lkb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