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놓고 정치권이 충돌하면서 ‘마녀사냥’과 ‘막말’이 고개를 들고 있다.

1일 인터넷에는 ‘20대 국회 새누리당 의원 연락처’라는 제목으로 새누리당 소속 의원 전원의 휴대폰 번호가 유포됐다. 상당수 번호가 실제와 일치했다. 탄핵에 찬성하는 일부 시민들은 “여당 의원을 압박하자”며 전화를 독려했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 의원들은 전국 각지에서 몰려드는 전화·문자 폭탄에 시달리거나 아예 휴대폰을 꺼야 했다. 한 지역구 의원은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과 인신공격이 쏟아져 일정을 소화하지 못할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여야 의원 300명을 탄핵 찬성·반대·주저로 자체 분류한 명단을 올려 이날 항의하는 새누리당 의원들과 몸싸움 직전까지 갔다.

박성중 의원은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회의에서 “이것 때문에 새벽 3시에도 전화가 와 잠을 못 잤다”고 항의했다. 표 의원과 장제원 새누리당 의원은 “야, 장제원!” “왜, 표창원!”이라며 반말을 주고받다 주변 의원들 만류로 물리적 충돌을 피했다.

국민의당도 이날 탄핵안 즉각 발의를 거부한 이후 사무처와 소속 의원실마다 항의 전화가 쏟아져 업무가 마비됐다. 몇몇 네티즌은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의 후원회 계좌에 욕설을 뜻하는 ‘18원’을 입금했다며 인증 글을 올리기도 했다.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최순실은 강남의 아줌마 수준밖에 되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했다가 여성 커뮤니티에서 지적을 받았다.

한편 이재명 성남시장은 친형 재선씨가 ‘박사모 성남지부장’에 오른 사실이 알려지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 시장과 다툼이 심해 인연을 끊은 것으로 알려진 재선씨는 “대선에서 이재명이 유리해지면 민주당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겠다”며 동생을 ‘욕쟁이’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