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불가피론서 '조건부 탄핵'으로 선회…9일 탄핵도 좌우
'4월사퇴론'에 탄핵 동참시 지지세력 역풍 고민 깊어진 듯

새누리당 비주류가 1일 '조건부 탄핵'으로 입장을 선회함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비상시국위원회 공동대표인 김무성 전 대표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4월 말 대통령의 퇴임이 결정되면 굳이 탄핵으로 가지 않고 그것으로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대선 불출마까지 선언하며 개헌을 요구한 김 전 대표로서는 탄핵 대신 이른바 '질서 있는 퇴진'이 이뤄진다면 이 과정에서 소신인 분권형 개헌을 실현할 여지가 높아진다는 점도 고려했을 가능성이 있다.

비상시국위원회 대변인인 황영철 의원은 총회 직후 브리핑에서 "우리는 대통령한테 조기 퇴진의 분명한 입장을 표명해 달라고 했는데 아무런 상황 변화가 없다면 9일 탄핵에 동참하겠다"면서도 "다만 여야가 협상하면서 9일을 넘기겠다고 하면 그렇게 해야 되지 않겠느냐"면서 여지를 남겼다.

박 대통령의 4월 퇴임 수용을 전제 조건으로 달았지만 정치권에서는 비주류가 사실상 탄핵을 철회하기 위한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이날 탄핵안을 발의해 2일 표결까지 추진하려고 했던 야권의 계획에 급제동이 걸렸다.

민주당은 오후 2시 본회의 직전까지도 탄핵안을 강행하려 했지만 새누리당 비주류가 빠져 부결될 수밖에 없는 이 같은 방침을 국민의당이 거부하면서 균열이 생긴 것이다.

오는 9일 탄핵안 발의와 표결을 위해 어떤 형태든 여야간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지만 이미 새누리당이 '4월 퇴진-6월 대선'을 당론으로 정한 상태에서 중립 성향과 비주류의 이탈이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박 대통령이 스스로 임기 단축까지 언급한 상황에서 여당 의원이 탄핵에 합세할 경우 지지층의 거센 역풍을 우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탄핵안 표결이 이뤄질 경우 분당은 외길 수순으로 결국은 탄핵에 찬성한 비주류가 탈당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를 두고 친박계는 물론 비주류 진영 내부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친박계 한 핵심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비주류가 탄핵 찬성 의원 40명을 모았다고 했지만 부풀려졌고 결국은 해당 행위를 한 것"이라면서 "공동대표라는 사람들도 이 국면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선명성 경쟁만 할 뿐 정치적 이해득실만 따지기 때문에 입장 정리를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탄핵을 요구하며 탈당한 김용태 의원은 성명을 내고 "마지막 궁지에 몰린 대통령이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던진 말 한마디에 국회가 우왕좌왕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면서 "좌고우면하지 말고 헌법이 부여한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탄핵안 발의 직전 주춤한 비주류 진영을 겨냥한 것이다.

비박계인 하태경 의원도 tbs라디오에서 "소위 비박 리더라는 분들이 굉장히 우유부단하다"면서 "명백히 탄핵해야 된다고 얘기한 분도 지금 침묵하는데 탄핵에 실패하면 소위 비박들은 정계에서 은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aayy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