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의 횡령·배임죄에 집행유예형을 선고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되풀이해서 발의되고 있다.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반(反)기업적 입법이 19대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양산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은 지난달 3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재산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인 횡령·배임죄에 대해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한 현행 규정을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으로 바꾸는 내용이다.
과잉처벌 논란 '반 기업 입법' 쏟아내는 야당
현행법상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형에는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하다. 법원은 그동안 △횡령·배임에 따른 피해 복구 △사회 공헌 △징역형에 따른 경영 악화 등 감경 사유를 들어 5~6년 형량을 2분의 1(2년6개월~3년)로 낮추면서 집행유예를 선고하고는 했다. 하지만 법정형을 ‘징역 7년 이상’으로 높여버리면 2분의 1 감경을 하더라도 3년이 넘기 때문에 집행유예형 선고 자체가 불가능하다.

같은 내용을 담은 개정안은 19대 국회에서만 8차례 발의됐다가 모두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0대 국회에 들어서도 집행유예형을 막겠다는 취지로 세 번째 발의됐다. 가장 먼저 지난 6월 오제세 민주당 의원 등 13명이 같은 내용을 발의했다. 이어 7월 김철민 민주당 의원 등 14명은 같은 법안 내용에 5억원 이상 횡령·배임죄 처벌 기준을 징역 ‘3년 이상’에서 ‘5년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내용만 추가했다. 박 의원이 내놓은 개정안도 오 의원 발의안에 100억원 이상 횡령·배임죄 구간을 신설해 무기 또는 징역 10년 이상에 처해야 한다는 내용만 추가한 것이다.

횡령·배임죄에 대해선 과잉 처벌 논란이 많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사안을 고려하지 않고 기업인을 무조건 실형에 처하면 기업가정신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지난달 8일 내놓은 검토보고서도 개정안의 문제를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득액에 따른 가중처벌 규정은 1990년 정해진 것”이라며 “이후 26년이 지났음에도 이득액 구간은 그대로 두고 법정형만 높이는 것이 타당한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징역형 하한 ‘5년 이상’은 생명을 침해하는 범죄인 살인죄와 동일한 기준”이라고 덧붙였다.

한 대형 로펌 형사 전문 변호사는 “배임처럼 판단 잣대가 모호한 재산 범죄를 실형에 처하도록 하겠다는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