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2일 표결이 무산되면서 ‘무조건 탄핵’을 밀어붙이던 야권이 혼란에 빠졌다. 박 대통령의 3차 담화 후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기류가 변했는데도 “임기단축 협상은 하지 않겠다”며 강공 일변도로 치닫다 오히려 스텝이 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국민의당,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달 30일 회동에서 “임기 단축을 위한 협상은 없으며, 탄핵을 흔들림 없이 공동 추진하겠다”고 합의했다. 민주당 일부 인사는 “탄핵안 부결에 대비한 ‘플랜B’는 생각하지 않겠다”는 말도 했다. 즉각 퇴진을 바라는 민심이 강한 만큼 비박계도 결국 탄핵에 동참할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었다.

하지만 1일 비박계가 박 대통령 4월 퇴진으로 돌아서면서 비박계의 합류 가능성은 낮아졌다. 의결 정족수(200명)를 넘기기 위한 ‘비박계 설득’을 강조해 온 국민의당도 “2일 처리하면 통과 가능성이 없다”고 반발, 민주당의 탄핵안 발의 계획도 어그러졌다.

이날 민주당에서는 지도부의 전략 부재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김부겸 의원은 “당과 상의 없이 대표의 독단으로 문제가 생긴 게 한두 번이 아니다”고 추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민병두 의원은 “대통령 담화 뒤 우리는 청와대에 ‘2월 퇴진, 4월 대선’ 로드맵을 역제안하고 수용하지 않으면 탄핵으로 가자고 했어야 했다”며 “무조건 3당이 모여 탄핵 얘기만 하면 정치가 제대로 되느냐”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한 원로인사도 “닭 쫓던 개가 지붕 쳐다보는 모양새가 됐다”고 꼬집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이날 오후 각각 의원총회를 열어 후속 전략을 논의했지만 선택지가 마땅치 않다. 일단 9일 표결을 목표로 비박계를 설득하며 정족수 채우기에 나섰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을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당은 오는 5일 본회의를 소집해 탄핵안을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