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서문시장 방문 고작 10여분…정치고향 민심도 '싸늘'
박근혜 대통령이 1일 화재 피해를 입은 대구광역시 서문시장을 긴급 방문했으나 정치적 고향인 지역 민심은 싸늘했다.

대구 매일신문 등 지역 언론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30분께 헬기 편으로 대구로 이동한 뒤 서문시장에 도착해 10여 분간 4지구 화재 현장을 둘러봤다.

박 대통령이 공식 일정을 소화한 것은 '최순실 게이트' 파문 이후 35일 만이다.

박 대통령은 김영오 서문시장 상인연합회장 등 관계자들과 잠시 얘기를 나눈 뒤 10분 만에 차량을 타고 돌아갔다. 박사모와 상인 등 일부는 "박근혜 힘내라"를 외치며 박수를 쳤고 박 대통령은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대부분 상인들은 "대통령이 고작 10여분 간 화재 현장만 둘러보고 갔다"며 분노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한 상인은 "(대통령) 표 찍어 달라고 할 때는 그렇게 오랜시간 머물더니 이번에는 고작 10분을 머물다 간다"고 혀를 찼다.

서문시장은 박 대통령과 정치적 인연이 깊은 곳이다. 박 대통령은 1998년 달성군 국회의원 보궐선거로 정치에 입문한 이후 고비가 찾아올 때마다 서문시장을 찾아 지역 민심에 귀 기울였다.

하지만 최순실 사태 이후에는 달랐다. '박근혜 퇴진 대구행동' 회원 수십명은 서문시장 입구에서 '박근혜 퇴진'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기습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박 대통령이 서문시장을 방문한 뒤 1시간30여분 후에는 경북 구미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 불이 났다. 소방당국은 10여분 만에 화재를 진압했으며 경찰은 현장에서 방화범을 체포해 조사중이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