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4월말 퇴진·6월 대선' 당론 채택…주류·원로 의견 수용
비박 "4월30일 퇴진안하면 9일 탄핵안 표결"…靑 "여야 합의해야 따를것"
더민주 '거부'·국민의당 '유보'…내일 탄핵안 발의 사실상 무산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 추진에 급제동이 걸리고 탄핵 정국이 다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탄핵 실현의 '키'를 쥔 여당 비박(비박근혜)계를 포함한 새누리당은 1일 의원총회에서 '내년 4월말 퇴진·6월 대통령선거 실시'를 만장일치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는 박 대통령의 '질서있는 퇴진'을 요구해온 전직 국회의장 등 국가 원로와 친박(친박근혜) 주류의 의견을 당내 비주류가 사실상 수용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비주류는 최근까지 야권 3당과 함께 박 대통령 탄핵을 추진해왔지만, 이 같은 입장 변화는 탄핵에 집착하기보다 시간을 두고 안정적 하야를 유도하는 쪽으로 방향 전환이 이뤄진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비주류는 이날 의총에 앞서 비상시국위 회의를 열어 박 대통령의 퇴임 시한을 내년 4월30일로 확정하는 한편, 박 대통령이 퇴임 시점을 명시적으로 약속하지 않으면 오는 9일 예정된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탄핵안 표결에 참여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퇴진 시점의 공개 언명을 탄핵안 표결 불참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박 대통령을 향해 '최후통첩'을 보내는 것으로 친박 주류와 약간의 차별화를 시도한 셈이다.

야권 3당은 새누리당 비주류 없이 박 대통령 탄핵안 가결에 필요한 정족수(200석)를 확보할 수 없는 만큼, 앞으로 박 대통령과 비주류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 따라 정국의 향배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조만간 제4차 대국민담화 또는 기자간담회 등의 형식으로 이와 관련한 후속 입장을 밝힐 지 여부가 주목된다.

다만 청와대는 일단 새누리당의 4월말 퇴진 당론 채택과 비주류의 '4월말 퇴진 거부시 9일 탄핵안 표결' 방침에 대해 "국회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입장만을 재확인했다.

이는 박 대통령이 퇴진 시점을 주도적으로 밝히는 것보다는 어떤 결정이든 여야 모두가 합의한 요구 사항을 전달해오면 따르겠다는 기존 방침을 유지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박 대통령 퇴진 시점을 국회 결정에 따르겠다고 한 기존 입장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야권 3당은 비주류의 이 같은 제안을 놓고 기류가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이를 즉각 거부했고, 국민의당은 '유보' 방침을 정했다.

여권 비주류의 리더 중 한 명인 김무성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 한 호텔에서 민주당 추미애 대표를 만나 이 같은 비주류의 결정을 전하고 동의를 구했지만, 추 대표는 탄핵 추진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하며 거부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4월 퇴진(로드맵)에 대해선 입장을 유보하겠다"면서 "우리당의 흐름은 탄핵과 병행이기 때문에 그 추이를 보면서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탄핵안을 발의해 2일 처리하겠다는 민주당의 계획도 사실상 무산됐다.

민주당의 제안에 정의당은 동의했지만, 국민의당이 이를 거부하면서 탄핵안 발의에 필요한 정족수(151명)을 채울 수 없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