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직원들 "너무 힘들다"…현기환 자해·구속 소식에 더욱 침통

해운대 엘시티(LCT) 비리사건으로 수사받던 현기환 전 정무수석이 1일 구속되면서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보좌했던 참모들의 '잔혹사'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최순실 사태로 이미 적지 않은 참모들이 검찰청사의 포토라인에 선 데 이어 친박(친 박근혜)계 핵심 인사였던 현 전 수석이 수사를 받다 자해하고 구속되는 상황까지 연출됐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구속된 참모는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과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이다.

여기에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 조원동 전 경제수석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엘시티 사건으로 이날 구속 영장이 발부된 현 전 수석까지 포함하면 청와대 전직 참모 가운데 3명은 구속되고 3명이 피의자 상태인 참담한 상황인 셈이다.

여기에 더해 이른바 측근 3인방 중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 역시 지난 14일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또 안 전 수석 밑에서 경제비서관으로 근무했던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도 최순실 사건과 관련된 전경련 관계자들과의 회의를 진행, 구설에 올랐다.

최순실씨 측근인 차은택씨의 외삼촌으로 현재 숙명여대 교수로 재직 중인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의 경우 학생들이 학교 측에 김 전 수석의 파면을 요구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밖에 지난해 초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해 소집된 국회 운영위의 출석을 거부하며 사의를 표명했던 김영한 전 민정수석은 지난 8월 별세했다.

일부 언론은 그의 비망록을 토대로 최순실·세월호 사건과 관련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검찰 및 특검 수사 대상이 되고 탄핵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같이 근무했던 동료들을 둘러싼 '비보'가 이어지면서 현재 청와대에 남아 있는 직원들의 침통한 분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특히 '왕수석'으로 모든 업무를 챙겼던 안 전 수석이 포승줄에 묶인 채 수의를 입은 모습이 연일 언론을 장식했던데 이어 강한 성격의 현 전 수석도 자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청와대의 분위기를 더 무겁게 하고 있다.

한 참모는 "같이 일했던 사람들이 다 저렇게 되니 너무 힘들다"면서 "이렇게 버티고 있는 것도 신기할 정도"라고 말했다.

나아가 국회에서 탄핵 논의가 계속되면서 업무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언제 직무정지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 박 대통령표 정책이 부정당하거나 대폭 수정되는 등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와 함께 새누리당이나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청와대에 합류한 이른바 '어공'('어쩌다 공무원'이라는 말의 약칭)의 경우에는 퇴직 이후 직장 문제까지 고민하는 실정이다.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기자 solec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