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규·배기원 소위, 대를 이어 동기 인연

공군은 1일 경남 진주 교육사령부에서 정경두 공군참모총장 주관으로 제137기 학사사관후보생 임관식을 거행했다.

임관식은 수료증서 수여, 임관 사령장 및 계급장 수여, 임관 선서, 공군 핵심가치 및 공군가 제창, 블랙이글스 축하비행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소위로 임관한 282명(여자 19명)은 지난 8월 29일 기본군사훈련단에 입대해 12주 동안 전투기량과 군인정신, 지휘능력, 리더십 등을 배양했다.

장교 자질판단의 시금석인 임관종합평가제를 통해 전투지휘 능력과 교육훈련 지도 능력을 엄격하게 검증받음으로써 영공수호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정예 공군 장교로 다시 태어났다.

임관자 중에는 해외 영주권이 있거나 아버지와 큰아버지를 이어 공군 장교가 되는 등 화제의 인물들이 많았다.

김종민(26) 소위는 미국 영주권을, 이관백(28) 소위는 영국 영주권을, 이한별(22)·이세빈(27) 소위는 캐나다 영주권을 취득해 군 복무 의무가 없지만, 대한민국 국민의 의무를 다하고 한국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서 자부심을 품고자 어학장교로 자원입대했다.

김종민 소위는 중학교 3학년이던 지난 2006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해 약 10년간 생활하며 영주권을 취득했다.

김 소위가 공군 장교로 자원입대할 수 있었던 것은 부모의 격려 덕분이었다고 한다.

이관백 소위는 만 1세 때 아버지의 사업차 영국에 이민을 떠나 영주권을 취득했다.

이후 고국에 돌아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중국,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장기간 거주했다.

이 소위는 다양한 문화와 언어를 접하면서 스스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자긍심을 고취할 수 있었고 당연히 국방의 의무를 져야 한다는 각오로 자원입대했다.

중학교 1학년 때 캐나다에 이민해 영주권을 취득한 이한별 소위는 영사관에서 '대한사람 대한으로'(병무청 발간)라는 군 생활 수기집을 우연히 읽고 입대를 결심했다.

이 소위는 "부모님이 지어주신 '한별'이라는 이름답게 한국의 별로서 명예로운 공군 장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캐나다 영주권이 있는 이세빈 소위는 "열정과 소신으로 힘든 훈련을 이겨낸 것처럼 어떤 어려움에도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할 수 있는 정예 공군 장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최선규(25·방공포병)·배기원(24·방공포병) 소위는 특별한 인연으로 맺어졌다.

두 사람의 인연은 2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그들의 아버지로부터 시작된다.

그들의 아버지 최용대 준위(준사관 103기)와 배광영 원사(부사후 138기)는 1987년 교육사령부에서 부사관후보생 동기로 만나 함께 하사로 임관했고, 이제는 그 아들들이 학사사관후보생 동기로 새로운 인연을 이어 나가게 됐다.

최 소위와 배 소위는 어린 시절부터 군복을 입고 조국의 하늘을 지키는 아버지의 모습을 동경해 왔고, 공군 장교에 지원해 시험에 수차례 낙방했지만, 칠전팔기의 정신으로 합격했다는 점 등 여러 면에서 닮았다.

이들은 임관식에서 아버지로부터 직접 계급장을 받았다.

최 소위는 "아버지처럼 타인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공군 간부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고, 배 소위는 "계급장의 무게에 걸맞은 지덕체를 겸비한 장교가 되어 공군의 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다짐했다.

장한샘(25·시설) 여군 소위의 아버지는 장경식 예비역 준장(공사 33기) 이다.

큰아버지 고(故) 장경조 중령(2사2기)은 조국의 영공을 지키다 1988년 오산 상공에서 산화했다.

한평생 조국을 위해 헌신해 온 두 아버지의 모습은 장 소위가 공군 장교가 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장 소위는 "공군 장교로 임관하기까지 겪었던 역경을 밑거름 삼아 맡은 분야의 전문성을 갖춰 다른 이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정예 공군 장교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종휘(26·보급수송) 소위의 아버지는 방위사업청에 근무하는 전진곤(공사 35기) 준장(진급예정)이다.

전 소위는 아버지가 조종하는 팬텀 전투기의 엔진이 창공을 울리는 소리를 들으며 자랐다.

비행훈련을 마치고 집에 돌아올 때마다 실핏줄이 터져 빨갛게 붓고 멍들은 아버지의 다리를 보며 조국 영공을 수호하는 아버지처럼 공군 장교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전 소위는 "12주간의 강도 높은 기본군사훈련이 쉽지 않았지만, 명예롭게 조국을 수호하는 아버지를 떠올리며 훈련을 이겨냈다"며 "앞으로 조국에 충성하고 사회에 봉사하는 정예 공군 장교가 되겠다"고 말했다.

신임 장교들은 개인 전공과 자격증, 적성검사, 본인 희망 등에 따라 군사 특기를 받게 되고, 임관 후에는 교육사령부에서 진행하는 '초급간부 역량 강화과정'과 분야별 특기교육을 거쳐 공군 각급부대에서 복무하게 된다.

정경두 공군총장은 "엄중한 현 안보상황에서 군은 국가와 국민의 안위 수호라는 본연의 임무 완수에 진력해야 한다"며 "생사가 갈릴 수 있는 어떠한 어려움과 위기에 직면해도 두려움 없이 앞장서서 부하들을 이끄는 장교가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three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