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시국위 "대통령 스스로 자진사퇴 시한 명확히 밝혀야"
친박 지도부 "국회가 나서 퇴진 로드맵 마련해야"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 시한을 언제로, 누가 정할 것인가를 둘러싼 논란이 사분오열을 거듭하던 새누리당 내부에 새로운 대치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친박 지도부가 이끄는 주류 측은 박 대통령이 29일 3차 대국민 담화에서 밝힌 '안정적 정권 이양'을 위해 국회가 나서 합의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비주류 측은 이를 사실상 '시간끌기 전략'이라고 해석하면서 박 대통령이 스스로 자진 사퇴 시한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먼저 포문을 연 쪽은 비주류 측이었다.

비주류 의원들이 주축을 이룬 비상시국위원회는 30일 오전 의원총회에 앞서 회동해 "대통령의 진정성을 확인시켜주기 위해서라도 대통령 스스로 자진 사퇴 시한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대변인 격인 황영철 의원이 밝혔다.

그러면서 그 시한으로 4월말을 제시했다.

특히 박 대통령이 자신의 퇴진일정과 방법을 국회가 정해달라고 요청한 것은 여야가 현실적으로 정치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노린 '시간 끌기'라는 비판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맥락에서 비상시국위는 박 대통령의 탄핵안 처리 '마지노선'이 내달 9일 열리는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라는 점을 밝히면서 "탄핵 의결정족수는 (비주류 내에서) 분명히 확보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반면 주류 의원들은 비주류 측의 이 같은 비판에 대해 "국회의 권능을 스스로 무시하는 처사"라며 이제는 국회가 나서 퇴진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정적 정권 이양이 될 수 있는 틀을 마련하는 건 국회가 할 수 있는 일이고 이제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꼼수다,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라는 비판도 있는데 이는 국회의 권능을 스스로 무시한 피해의식"이라고 날을 세웠다.

정우택 의원도 이날 KBS 라디오에서 "대통령직을 내려놓겠다고 말씀했다.

다만 국정 공백이 있어선 안 되기 때문에 일정과 법적 절차를 마련해달라, 그것에 따르겠다는 것인데 더 이상 뭘 바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여야가 당장 협상에 임해 정국 안정 해법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박 대통령이 물러나야 할 시점으로 염두에 둑 있는 시한은 양측의 견해차가 크지 않다.

비상시국위에서는 박 대통령이 스스로 발표해야 할 사퇴 시한을 내년 4월 말로 제시하고 있고, 친박계의 조원진 최고위원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선거라는 게 전당대회도 해야 하고 여러 과정이 있으니 최소한 6개월 시간을 줘야 한다"며 "내년 4월 30일을 전제로 야당과 협상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말했다.

양측이 제시한 내년 4월 말은 지난 27일 여야 전직 국회의장과 총리 등 정·관계 원로 인사들이 제시했던 하야 시점과 일치한다.

정진석 원내대표 역시 이날 의원총회에서 "원로들의 제안(내년 4월 사퇴·6월 대선)이 대통령 사임 시기에 대한 논의에서 충분한 준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차이는 대통령이 스스로 시한을 정하느냐, 아니면 그 시한을 국회 논의를 통해서 정하느냐 그 프로세스에 있다.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yk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