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질문에 묵묵부답…비상시국회의도 불참
개헌전제 임기단축은 민의 거스른다 판단한 듯
'애증 12년'에 퇴진 촉구 전면 나서기 부담감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담화에 어떤 반응도 내놓지 않은 채 말을 아끼고 있다.

여당 내 유력 정치인 가운데 탄핵을 가장 먼저 요구했기 때문에 탄핵 이외의 '명예로운 퇴진' 방안을 요구하는 듯한 박 대통령의 메시지가 나오자 정치권은 김 전 대표의 입에 주목했다.

더욱이 박 대통령이 언급한 '안정된 정권 이양' 방법으로 개헌에 의한 임기 단축이 유력하게 거론되자 개헌론자인 김 전 대표가 탄핵 방침을 철회할 가능성도 있다는 추측이 돌았다.

그러나 정작 김 전 대표는 30일 자신이 공동 대표인 비주류 중심의 비상시국위원회 회의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공개 발언이 없었던 것은 물론 기자들과 질의·응답도 이뤄지지 않았다.

전날 의원총회에도 참석했지만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묵묵부답이었다.

다만 비상시국위원회 회의 결과를 통해 김 전 대표의 의중을 간접적으로나마 읽을 수 있었다.

황영철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의 담화는 결국 '임기 단축을 위한 개헌을 하라'는 것이었지만 그것만을 위한 개헌은 국민의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9일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고 해서 탄핵이 미뤄지거나 거부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황 대변인은 "김 전 대표와도 상의했다"고 부연했다.

김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정치권 인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의 담화문이 나왔다고 해서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면서 "이전에는 탄핵 한 가지 방법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경우의 수가 하나 늘어난 것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박 대통령의 담화 이후 탄핵 결행일이 2일에서 9일로 잠시 늦춰졌을 뿐 탄핵은 개헌과는 별개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김 전 대표가 직접 나서지 않는 이유는 지난 2005년 당시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박근혜 대표가 김 전 대표를 사무총장으로 발탁하면서 이어진 12여년 애증의 관계 때문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나온다.

헌법 틀에서 현 사태를 정리하기 위한 탄핵 방침은 불변이지만 대통령이 임기 단축까지 직접 언급한 마당에 박 대통령 만들기 선봉에 섰던 자신까지 나서 퇴진을 채근하는 모양새로 비치는 데 심적 부담이 컸다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aayy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