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9일 대국민담화에서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언급한 것은 개헌을 전제로 조기 퇴진 의사를 밝힌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명시적으로 개헌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정치권에서 논의된 질서 있는 퇴진론 가운데 하나로 박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포함한 개헌론이 거론돼왔다는 점에서다.

탄핵을 제외하고 합법적인 임기 단축 방법으로는 개헌밖에 없다. 여야가 박 대통령의 퇴진 시기를 합의하면 그때 물러나면 그만인데 굳이 “여야 정치권이 논의해 방안을 만들어주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물러나겠다”고 언급한 것도 개헌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분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개헌을 통한 임기 단축이 가장 바람직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개헌으로 임기를 단축하는 방법 외에 법 절차에 따라 조기 퇴진하는 방법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불명예로 물러나면서도 ‘개헌을 이뤄낸 대통령’이라는 명분을 챙길 수 있다.

또 박 대통령이 ‘퇴진’이란 표현 대신에 ‘진퇴’라고 말한 것도 의미심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 관계자는 “국회가 임기 단축을 위한 법 절차(개헌)에 합의하지 못하면 계속 머물러 있겠다는 뜻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담화 발표 후 기자들이 질문을 받아달라고 요청하자 “가까운 시일 안에 경위를 소상히 말씀드리겠고 질문도 그때 하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조만간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뜻”이라며 “다음주에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