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지도부, 與비박계 9일 처리 뜻 밝히자 D-데이 고심
野내부 2일 처리 주장 여전…우상호 "30일 野3당 모여 최종결정"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디데이(D-day)가 내달 9일로 기울기 시작한 분위기다.

야당 3당이 내달 2일 또는 9일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을 처리키로 지난 24일 합의해 놓은 가운데, 최근까지 2일이 유력하게 떠오르다가 기류가 바뀐 것이다.

탄핵안 가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가 9일을 선호한다는 인식이 야당 측에 전해짐에 따라 물꼬가 틀어졌다.

야당에서는 탄핵 정족수인 재적의원 3분의 2인 200명을 채우기 위해서는 여당에서 40명 이상의 찬성표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27일 전화통화에서 "비박(비박근혜) 쪽에서는 9일에 탄핵안 표결을 하자는 의견이 더 많다고 한다"며 "비박이 언제 어떻게 나올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전화통화에서 "비박계에서 9일에 하자고 이야기를 해온다"면서 "예산안 법정처리 기한인 2일 본회의에선 예산안에 집중하자는 이야기"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과 국민의당에서도 사실상 탄핵안 가결의 주도권을 비박이 잡고 있는 상황에서 비박계의 의견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이 대두하고 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현실적으로 2일이 어렵게 되는 분위기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라면서 "아직 새누리당 비박계를 상대로 한 작업이 충분치 않기 때문에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추미애 대표가 새누리당에 '구걸하지 않겠다'고 강하게 나오는 이유는 협조요청으로 될 일이 아니라 강하게 압박해야 비박계가 한 덩어리로 움직일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당 핵심관계자도 전화통화에서 "2일이 적기로 보이지만, 야당 단독으로 탄핵안을 관철시킬 수 없는 상황에서 비박계의 결정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에서는 여전히 2일 처리에 대한 당위성이 나오고 있다.

박 비대위원장은 "표결을 늦출 경우 동력이 떨어질 수도 있는 데다, 그동안 어떤 공작이 들어올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 부대표도 기자간담회에서 "이제 촛불을 드는 분들이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국회가 도와줘야 한다"면서 "박 대통령 측이 헌법재판소의 심리 과정에서 방어 변론을 더 잡고, 증인과 참고인 신청 등을 통해 헌재의 심사기일을 최대한 늦추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일찌감치 탄핵안을 처리해 시간을 벌어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도 전화통화에서 "국회에서 빨리 가결할수록 헌법재판소가 박한철 소장의 임기 중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야당은 여당의 탄핵 찬성표를 끌어모으는 데도 총력전을 이어갔다.

특히 새누리당 비주류 중심의 비상시국회의가 지난 25일 탄핵안 찬성 의원들이 40명 이상이라고 밝힌 것을 넘어, 박 비대위원장은 60명 이상의 여당 의원들이 탄핵 찬성표를 던질 것이라고 밝혔다.

박 비대위원장은 광주 조선대에서 열린 같은 당 안철수 전 대표 초청 시국강연회에서 "아침에 비박계 의원들과 통화했는데 이들로부터 탄핵에 동조하는 의원이 60여명이 넘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탄핵안은 확실히 가결될 것"이라며 "양심적인 새누리당 도움을 받아 탄핵의 길로 분명하게 매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 전 대표는 강연에서 "절박한 심정으로 탄핵을 시작한 만큼 한 사람이라도 더 모으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물밑 접촉하고 있다"면서 "탄핵 추진 과정에서는 여야 정파적 이해득실을 완전히 뛰어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친박(친박근혜) 세력은 더 이상 민심을 거스르지 마라"면서 "야당과 새누리당 내 양심세력 모두 국민의 요구를 겸허히 받들어 박근혜 정권을 끝장내는 전선에 결집할 것을 재차 촉구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lkb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