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의원들 주말마다 곤혹감 호소…양측 물밑 勢대결속 '분당 초읽기' 관측도
비주류, 탄핵 표결집 안간힘…주류 "배신자와 함께 못가"

새누리당 의원들은 요즘 토요일이 가장 괴롭다고 호소한다.

26일로 5주째 계속된 주말 촛불집회 때문이다.

서울 광화문 광장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집회의 구호는 한결같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 박 대통령을 배출한 집권여당 입장에선 참담한 구호다.

유권자들이 대거 촛불을 들고 나선 지역구 의원은 더 그렇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원래 주말은 지역구 행사를 찾아다니며 인사드리고 민심을 듣는 시간인데, 최근 몇 주째 행사에 얼굴을 내밀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의원 128명 중에도 박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이가 적지 않다.

이미 탄핵 찬성 입장을 굳힌 의원만 비주류를 중심으로 40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은 야당 의원들처럼 촛불을 들고 나설 처지도 못 된다.

지지율이 창당 후 최저 수준(한국갤럽 발표 기준 12%)을 기록할 만큼 촛불 민심은 적대적이다.

당의 '입'인 대변인도 곤혹스럽기 짝이 없다.

특히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두고 뭐라 해야 할 지 난감하다.

말 한마디 잘못 했다간 사무실에 항의가 빗발친다.

염동열 수석대변인은 이날 탄핵안 처리에 대한 직접적 논평을 거부했다.

"탄핵은 원내 사안"이라는 이유를 댔지만 당내 상황이 그만큼 예민해진 탓이 크다.

야당의 탄핵안 발의가 기정사실로 굳어지면서 새누리당 의원들은 크게 탄핵 찬성과 반대로 진영이 갈렸다.

찬성은 비주류, 반대는 주류로 거의 일치한다.

촛불집회가 거듭할수록 주류·비주류의 반목이 심해지고, 주류가 장악한 지도부로부터 비주류 중심의 비상시국회의는 원심력을 키우고 있다.

비상시국회의는 오는 27일 회의를 연다.

촛불집회 이후 이어질 탄핵안 처리와 지도부 거취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아예 새누리당을 떠난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용태 의원, 그리고 전직 새누리당 의원 8명도 27일 오전 모인다.

비상시국회의와 의제는 대동소이할 전망이다.

탄핵안 발의를 앞두고 비주류가 이처럼 세력 결집을 시도하는 데 맞서 주류도 물밑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전날 열린 의원총회에 친박(친박근혜)계 주류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대부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비주류에 속한 나경원 의원은 TBS 라디오에 나와 "일부 '보이지 않는 손'이 (주류 의원들에게) 의총에 가지 말라고 했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말했다.

의총에 불참한 대신 서청원, 원유철, 유기준, 정우택, 최경환, 홍문종 등 주류 중진 의원들은 수시로 삼삼오오 모여 수세에 몰린 상황의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이정현 대표는 탄핵에 동조하는 의원들을 "예수 팔아먹는 유다"라고 거세게 몰아세우기도 했다.

다른 주류 의원은 "'배신자'와 함께 갈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처럼 주류와 비주류가 '한지붕 두가족'처럼 완전히 갈라서면서 "이제는 분당 순서로 가는 것 같다"(조원진 최고위원)는 관측까지 공공연하게 나올 지경이다.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위한 '중진 협의체'가 소득 없이 끝나고 탄핵안 표결이 코앞에 닥칠 경우 이런 관측대로 분당은 '초읽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