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설만 쏟아내는 여야 지도부…최순실 사태 한달간 여야 대표 회동 한번도 없어
여야 지도부는 정국 혼란을 수습할 수 있는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곤두박질치고 국정이 마비될 지경에 처한 와중에도 정파 이해 득실을 따지기에 바쁘다.

여야 대표들은 최순실 사태가 불거진 뒤 한 달이 지난 24일까지 한번도 마주 앉은 적이 없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참석한 야3당 회동은 몇 차례 했지만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까지 포함한 여야 회동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이 대표는 친박(친박근혜)계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는 비박(비박근혜)계 공세를 막아내는 데 급급하다.

추 대표는 국회 추천 국무총리 임명과 영수회담 등 박 대통령 제안에 번번이 퇴짜를 놨지만 국정 공백을 막을 뚜렷한 대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야당은 여야 회동과 영수회담 대신 ‘광장’을 택했다. 야당 지도부는 서울 광화문광장 등지에서 열리고 있는 박 대통령 퇴진 요구 촛불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마주 앉기를 거부한 여야는 서로를 향해 독설만 쏟아내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라도에선 배고플 때 너무 많이 먹으면 ‘짜구난다’고 한다”며 “야당이 권력에 짜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24일엔 추 대표를 향해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의 탄핵을 주도하는 업적을 남기는 데 흥분하고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하는 말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추 대표는 18일 박 대통령을 향해 “주사가 더 좋고 그것 때문에 정신이 몽롱해 국정을 못하거든 그냥 내려오라”고 말했다. 23일엔 “대통령이 얼마나 뻔뻔한지 장기 공성전에 들어갔다”며 “박원순 서울시장이 청와대에 식수를 끊겠다고 할지도 모르겠다”고 비꼬았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