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장관·민정수석 사의표명으로 공직사회 불안감 크게 키워
"당·정·청의 핵심축이 계속 무너지고 있어…무기력한 상황"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이 사의를 표명한 사실이 알려진 이후 공직사회의 동요가 극심해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최순실 사태로 공직사회가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져든 상황에서 법무장관과 청와대 민정수석이 동시 사표를 냈다는 소식은 '불길에 기름을 끼얹은 듯' 급속도로 불안감을 키워놓고 있다.

세종시 중앙부처에서 근무하는 한 고위공무원은 24일 "김 장관과 최 수석이 사의를 표명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도대체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당·정·청의 핵심축이 계속해서 무너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김 장관과 최 수석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대통령에 대한 방어막이 없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공직사회는 한마디로 무기력한 상황이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총리든 장관이든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나"라고 되물었다.

특히 이번 사태가 공직사회 전반으로 확산해 다른 부처의 장·차관들도 함께 물러나는 '도미노 사의'가 발생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실제로 전날 김 장관과 최 수석이 사의를 표명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각 부처에는 해당 부처 장관도 사의를 표명했는지를 묻는 출입 기자들의 문의가 빗발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부처의 한 공무원은 "직원들이 '우리 장관도 사의를 표명한 게 아니냐'며 장관의 거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보고를 들어갈 때마다 조심스럽게 장관의 표정을 살피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과 고위공무원의 사퇴로 공무원이 자존감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고 한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중앙부처의 공무원은 "국가가 흔들리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공무원 개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자존감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며 "공직생활을 하면서 표상으로 삼았던 선배들에 대한 존경이 많이 사라졌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김 장관과 최 수석의 사의 표명이 공직사회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들이 이번 사태 전반이 아니라 검찰 수사라는 특수한 상황에 대한 책임으로 사의를 표명한 것이고, 검사들 중심으로 운영되는 법무부란 조직 역시 일반적인 정부 부처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한 중앙부처 간부급 공무원은 "이번 사안이 검찰 수사 결과로 발생한 문제여서 법무부에는 충격이 있겠지만, 다른 부처에는 별다른 충격이 없다"며 "법무부가 공직사회의 전체 분위기를 대변한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