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항명 아니다"…수석비서관회의 열어 대책 부심
靑, 이르면 오늘 야당에 특검후보 추천 의뢰할 듯

청와대가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의 동시 사표로 묵직한 내상을 입었다.

'최순실 게이트'로 박근혜 대통령이 피의자로 전락한 가운데 사정라인의 두 축인 법무부 장관과 민정수석의 동반 이탈은 정권의 보루가 무너지는 셈이라는 해석까지 나오면서 24일 뒤숭숭한 분위기는 계속됐다.

두 사람의 사표 제출은 박 대통령을 최 씨 등의 공범으로 적시한 검찰 수사결과와 관련해 도의적인 책임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게 청와대의 공식 설명이지만, 이날도 정치권에서는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강 대 강으로 대치하는 청와대와 검찰 사이에서 무력감을 느꼈다거나 박 대통령과의 마찰로 항명 의사를 나타낸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고, 박 대통령의 검찰 대면조사 불응이 갈등의 원인이라는 추측도 제기됐다.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이 이날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정권 붕괴의 신호탄이라고 생각한다.

더이상 이 정권이 유지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언급하는 등 야당은 동시 사표를 고리로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이에 청와대는 전날 저녁 정연국 대변인 명의로 "내부붕괴, 갈등 운운 기사는 사실이 아님을 알려드린다"는 내용으로 출입기자단에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진화에 나섰다.

정 대변인은 이날 오전에도 기자들과 만나 최 수석의 사의가 항명의 뜻이 아니냐는 물음에 "그런 것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비서관 회의를 열어 동시 사표 파문에 대한 처리 방향 등 정국 수습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이 정말로 떠날 경우 정권의 둑이 무너져 붕괴 시나리오로 간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박 대통령이 조만간 사표를 반려할 가능성이 크다고 복수의 참모들은 전했다.

사정라인의 두 축이 사임하면 안 그래도 흔들리는 공직사회가 더욱 요동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공직사회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조속히 반려를 결정할 것으로 본다"고 했고, 다른 관계자도 "사표 제출은 대통령이 아니라 검찰 쪽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둘 다 반려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특히 검찰이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를 여전히 압박하고 뇌물수수 혐의 적용을 염두에 두면서 막판까지 수사를 늦추지 않는 가운데 이르면 내주부터 '특검 정국'에 돌입한다는 사실도 사정라인의 이탈을 막아야 할 핵심 이유로 꼽힌다.

표면적으로는 유영하 변호사를 공식 변호인으로 선임하기는 했지만, 야당 추천 특검이 지휘할 최장 120일 동안의 고강도 수사를 방어하려면 최고의 특수통 검사로 꼽혔던 최 수석의 물밑 조율과 전략적 조언이 절실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최 수석이 떠나고 법무장관까지 공석이 되면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의 가세에 따라 코앞으로 다가온 탄핵 정국에서 법률적 대응이 마비될 것이란 염려도 크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어떤 법리로 대응하느냐가 박 대통령의 명운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우수한 법률 참모를 떠나보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한편, 청와대는 이르면 이날 중으로 특별검사 임명을 위한 후보자 추천을 더불어민주당 및 국민의당에 서면으로 의뢰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특검 추천 의뢰를 늦출 이유가 없다"며 "빨리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firstcirc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