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즉각 사퇴 거부 "나갈 생각 없다면 쇄신안 제시하라"
비박 "비대위원장 추천권 달라"vs 친박 "일방적 주장 안돼"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의 탄핵 추진 선언에 잠시나마 친박(친박근혜)계 주류가 모색하던 수습 움직임에 급제동이 걸렸다.

김 전 대표는 23일 비주류 중심의 비상시국회의 참석 직후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발의에 앞장서기로 했다"고 천명했다.

비상시국회의 공동대표인 김 전 대표가 탄핵 전면에 나서 야권과 협력한다면 친박계와는 사실상 결별 수순을 밟는 것으로서, 결국 새누리당은 분당을 포함한 파국을 면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김 전 대표가 "우선 새누리당 내에서 탄핵을 추진하겠다"면서도 '우선'이라는 단서를 붙인 점이나, "분노를 더 조장하는 행동을 하면 결국 보수의 몰락을 막기 위해 결단할 수밖에 없다"고 한 것도 결국은 탈당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 지도부 사퇴를 요구했으나 진척이 없고, 박 대통령의 거취에 대해서는 통일된 의견을 모으지 못하며 지리멸렬한 분위기였던 비상시국회의가 이날만은 김 전 대표를 구심점으로 대오를 갖춘 셈이다.

정두언 정문헌 정태근 전 의원 등 원외 당협위원장도 집단 탈당하며 비주류는 일사불란하게 친박 지도부를 압박해 들어가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이에 친박계는 불의의 일격을 당한 분위기지만 당 지도부는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이정현 대표가 1·21 조기 전당대회 계획을 접고, 비상대책위 체제로 전환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주류와 비주류간 내홍에 돌파구가 마련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친박계 한 핵심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전 대표와 최경환 의원이 만나 친박과 비박 중진이 참여하는 3+3 회동을 통해 파국을 막도록 노력하자고 했다"면서 "여기에서 당 진로에 대한 좋은 방안이 나오면 시행토록 의견을 모았는데 김 전 대표 회견으로 변화가 생겼다"라고 전했다.

비대위 구성 제안은 바로 원유철(5선), 김재경, 나경원, 정우택, 주호영, 홍문종(이상 4선) 의원이 참여한 중진 모임에서 나온 것으로서 이 대표는 이를 최고위 의제로 올려 호응한다는 게 수습을 위한 시나리오 중 하나였는데 차질이 생겼다는 의미다.

친박계는 비대위 구성 논의가 궤도에 오르면 추가 탈당을 막고, 야권이 추진하는 탄핵에 동참할 명분도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했었다.

이에 대해 김 전 대표는 회견에서 "현 지도부 사퇴를 전제로 했던 것인데 진전이 안되고 있다"면서 "현 지도부는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친박계에 최후 통첩을 보냈다.

이런 가운데 중진 의원 6인은 이날 저녁 여의도 모처에서 다시 회동을 열어 당 지도부 사퇴와 조기 전대 개최 여부, 비대위원장 선출 방식 등 차기 지도체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김 전 대표의 회견뿐 아니라 비주류 측이 오전 비상시국회의 전체회의에서 비대위원장 추천권을 요구하기로 함에 따라 접점을 찾기가 더욱 어려워져 내홍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김 전 대표 회견 직후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아무 대안도 없이 사퇴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정말 당을 나갈 생각이 없고, 제2 창당을 해서 새로운 모습으로 심판받을 각오가 돼 있다면 사퇴하라고 주장하는 것보다 어떻게 쇄신할지 진지하게 얘기를 나눠야 한다"고 일갈했다.

다만 분열은 곧 공멸이라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어 친박계도 수긍할 수 있는 비대위원장 후보에 대한 의견접근이 이뤄진 뒤 당 지도부가 일괄 사퇴한다면 극적인 타결을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또 김 전 대표 회견에도 대규모 탈당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비상시국회의 공동대표로서 비주류에서 또 다른 대권주자로 통하는 유승민 의원은 당 잔류 의사가 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수도권이 정치적 기반인 남경필 경기지사, 김용태 의원과 달리 영남권 출신의 의원들은 탈당 대열에 합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어 보수 정당 최초의 분당 사태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류미나 현혜란 기자 aayy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