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이 군사정보를 직접 공유하기 위한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를 체결한 23일 국방부에서는 당국과 언론 사이에 '밀실 서명'을 둘러싸고 마찰이 빚어졌다.

한일 GSOMIA 체결 취재를 위해 서울 국방부 청사에 도착한 사진 취재기자들이 GSOMIA 서명식을 공개할 수 없다는 국방부의 일방적인 통보에 강하게 반발한 것이다.

사진기자들은 한일 GSOMIA가 국가적인 사안인 만큼, 언론이 직접 현장을 취재해야 한다는 논리로 서명식장에 들여보내줄 것을 요구했으나 국방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방부는 언론의 현장 취재를 허용하지 않기로 한 게 한일 양국의 합의 사항이라며 국방부가 자체 촬영한 사진을 언론에 제공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취재 불허 방침에 사진기자들은 일본 대표단의 도착을 앞두고 항의의 표시로 국방부 청사 현관에 두 줄로 서서 카메라를 바닥에 내려놨다.

이 때문에 한일 GSOMIA 서명 시각인 오전 10시에 맞춰 국방부 청사에 도착한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한국 주재 대사를 비롯한 일본 대표단은 수십대의 카메라 사이를 지나가야 했다.

나가미네 대사는 카메라 사이를 지나가며 약간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었으나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는 않은 채 엘리베이터를 타고 황급히 서명식장으로 올라갔다.

한일 양국이 GSOMIA 서명식을 비공개로 진행한 것은 협정에 대한 국내 여론의 반발을 우려한 결과로 보인다.

사진기자가 사진을 어떻게 찍느냐에 따라서는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일 GSOMIA의 밀실 서명 논란도 결국은 정부가 협정을 국민적 공감대를 토대로 추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일 GSOMIA 체결 과정에서 여론 수렴 노력이 미흡했다는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이고 앞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ljglo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