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여야 간사인 이완영 새누리당(가운데), 박범계 더불어민주당(왼쪽),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이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증인 채택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만나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여야 간사인 이완영 새누리당(가운데), 박범계 더불어민주당(왼쪽),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이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증인 채택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만나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순실 국정 농단’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청문회의 ‘칼끝’이 재계를 향하면서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21일 9개 그룹 총수를 청문회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검찰이 ‘기업은 피해자’라고 명시했음에도 국회가 다시 조사하겠다며 이들을 부른 것이다. 야당 소속 국조특위 의원들은 “이참에 정경유착의 뿌리를 뽑겠다”며 잔뜩 벼르고 있다.

◆영역 제한 없는 국조특위 가동

야당이 특별검사제와 병행해 국정조사 추진을 밀어붙인 것은 최순실 국정 농단의 광범위한 의혹을 낱낱이 파헤치겠다는 의도에서다.

야당은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특검과 달리 국정조사를 통해 위법 사실 외에 ‘비선 실세’ 최순실 차은택 씨 등이 기업 등에 압력을 행사한 정황까지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재계를 겨냥한 국회 국정조사가 다음달 5~6일 기업 총수의 한 차례 소환으로 마무리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국조특위 소속 의원들의 전언이다.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 의혹 중에는 차씨의 포스코계열 광고회사 강탈 의혹을 비롯해 정유라 씨 승마 특혜 지원, 최씨가 실소유주로 알려진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의 불법 수주, 대기업 취업 청탁 등 기업들과 얽힌 사건이 한두 개가 아니라는 게 야당 측 주장이다. 국조특위가 일정을 잡지 않은 3, 4차 청문회에도 기업인이 무더기로 소환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경영 위축 등을 우려해 기업인 소환에 부정적이던 여당 의원들의 태도도 바뀌었다. 국조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국조특위는 국민이 느끼는 실망과 분노를 그대로 수용해 어떠한 성역도 없이 증인 참고인을 부르겠다”며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선 선의의 피해자인 기업이나 기업 총수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순실 국정 개입' 국정조사] 검찰에선 '기업은 피해자' 명시했는데…또 국조 불려나가는 총수들
◆“또 망신당하나”…국조 포비아

재계에서는 벌써부터 ‘국정조사 포비아(공포증)’가 퍼지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과 관련해선 뇌물공여 혐의 부담을 덜었지만, 국회가 국정조사 증인으로 대기업 총수를 줄줄이 부르면서 재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국회가 또다시 기업 총수들을 불러놓고 ‘면박주기’나 ‘망신주기’를 반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경제단체 임원은 “기존 검찰 조사와 앞으로 이어질 특검은 그나마 비공개 조사인 데다 변호사를 동반할 수 있어 부담이 덜한 편이지만 국정조사는 TV를 통해 공개된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며 “국정조사가 보여주기식 정치 쇼로 변질하면 기업인이 정치적 들러리로 휘둘릴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10대 그룹의 한 임원은 “이번 국정조사는 출석하지 않으면 어떤 여론 재판을 받을지 모르기 때문에 중요한 비즈니스 일정이 있더라도 출석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회장이 증인으로 나가 의원들 호통 듣는 것도 곤욕이지만 괜히 엄한 트집을 잡혀 망신만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대외 신인도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각종 조사가 장기화되면서 외국에서는 해당 기업과 총수가 범죄자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며 “대외 신인도에 타격을 입는 등 유무형의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경영 공백도 걱정거리다. 또 다른 10대 그룹 임원은 “사업계획을 다듬고 글로벌 전략을 짜야 할 시기인 올해 말과 내년 초까지 회장이 국정조사나 특검에 불려다니다 보면 경영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인사나 사업계획 등을 마련하는 데 차질을 빚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손성태/장창민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