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先총리' 논의 사실상 어려워져…탄핵추진도 어려워 '진퇴양난'
지도부 "시민과 함께 퇴진요구 확산에 우선 주력" 신중론
조응천 "국민들 野에 분노 치미는듯"…일각서 '전략적 유연성' 주문도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권이 연일 장외투쟁에 나서며 대통령 퇴진공세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정작 구체적인 '퇴진 로드맵'을 놓고는 좀처럼 접점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

특히 제1야당인 민주당이 퇴진당론을 결정한 이후 세 야당은 겉으로는 '단일대오'를 갖추고 있지만 '선(先) 총리 추천론' 등을 놓고는 이견이 여전해 스텝이 점점 꼬이는 모습이다.

더욱이 야권이 이처럼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 청와대가 전열을 정비하며 장기전에 대비하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대응이 더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이대로 가다가는 야당의 전략부재에 실망하는 시민들의 비난여론에 부딪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 퇴진론 '딜레마'…과도내각론과 탄핵론 사이 진퇴양난 = 당내 일각에서는 퇴진론을 당론으로 정하면서 상황이 오히려 복잡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 14일 당론을 '국회추천 총리에 전권 이양과 2선 후퇴'에서 '퇴진'으로 강화했다.

물론 이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성난 '촛불민심'을 확인한 후 당내에서는 강경한 투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시민사회에서도 민주당의 신중한 태도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 당론 변경 이후 민주당의 운신 폭은 상당히 좁혀졌다.

당장 총리후보 추천 등 거국중립내각·과도내각 구성 논의에 나서기가 어려워졌다.

당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총리 얘기를 꺼내면 '대통령의 임기를 인정하자는 것이냐'는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

야당이 마치 출구를 찾아 당론을 후퇴시키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퇴진을 전제로 한 내각 논의 역시 청와대에 '임기보장'을 요구하도록 하는 빌미를 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선 총리 추천론'을 주장하는 것도 부담이다.

또 국민의당 등 다른 야당이 주장하는 '4자 영수회담' 역시 논란 끝에 단독 영수회담 제안을 철회한 민주당으로서는 수용하기 어렵다.

이래저래 퇴진당론 결정 후 야권공조가 오히려 휘청이는 모습이 노출되고 있는 셈이다.

탄핵추진을 통한 정면돌파도 쉽지 않다.

무엇보다 가결을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가 야권의 발목을 잡고 있다.

실제로 원내지도부는 가결 정족수인 200명을 채울 만큼 여권에서 이탈표가 나올지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 관계자는 "내각구성 논의도 탄핵도 쉽지 않다.

사실상 청와대와 여당이 '버티기'를 하면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 당내서 고조되는 위기론…각종 대안제시도 나와 = 민주당은 우선 시민사회와 함께 대통령 퇴진론을 확산시키는 데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섣불리 내각 논의나 탄핵론을 꺼내는 위험한 카드보다는 민심을 기반으로 차근차근 청와대를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20일 "문재인 전 대표 역시 정치권이 주도해서는 안 된다고 하지 않았나.

지금은 야당이 독자적으로 문제를 풀 때는 아니다"라며 "다음 주 예정된 전국 순회와 26일 대규모 촛불집회 결합을 목표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당내에서는 야당이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것에 여론이 악화할 수 있다는 위기론이 나온다.

조응천 의원은 페이스북에 "청와대가 슬금슬금 업무에 복귀했다.

국민은 이상한 변화에 따라 점점 야당에 짜증을 내며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하는 것 같다"며 "야당이 뭐라도 내놔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라고 남겼다.

그러면서 "(수습책에 대한) 제 의견과 국민의 원망을 수차례 지도부에 전달했다.

조만간 우리 지도부가 국민 여러분이 납득하고 수긍할 플랜과 타임테이블을 내놓을 것"이라며 "답답하더라도 조금만 참아달라"고 당부했다.

일부 의원들은 각자 생각한 대안을 제시하며 해법 찾기에 매달리고 있다.

일례로 지도부가 퇴진 당론을 유지하면서도 총리추천 논의를 병행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민병두 의원은 페이스북에 "퇴진운동과 '트로이 목마' 작전은 병행될 수 있다"면서 "탄핵을 위한 구체적 준비에 들어가면서도 총리 자리 확보에 나설 수 있다.

'트로이의 목마'로서 책임총리를 확보해야 한다"며 총리 논의를 병행하자고 제안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hy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