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질서있는 퇴진’을 위한 야권 공조에 조금씩 틈이 벌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은 대통령 퇴진을 위한 공동전선을 구축했지만 이를 관철하기 위한 방법론을 놓고 이견을 드러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7일 총리 추천을 위한 영수회담을 제의했지만 민주당은 수용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에게 단독 영수회담을 먼저 제의했다 철회한 게 불과 4일 전이었다. 앞서 박 대통령이 제의한 국회 추천 총리도 거부한 터다.

민주당은 야당 중 가장 늦게 ‘대통령 퇴진’을 당론으로 정하고 장외투쟁에 나섰다. ‘촛불민심’을 앞세워 박 대통령에 대한 퇴진 압력을 높여나간다는 방침이지만 박 대통령이 퇴진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히자 고민에 빠졌다. 박 대통령이 물러나지 않으면 탄핵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장기전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장외투쟁 외에 대안이 마땅치 않아서다. 대화의 문을 스스로 닫아버린 만큼 운신의 폭도 좁다.

민주당은 18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 국민주권운동본부’ 발대식을 열었다. 지도부 등 중앙위원과 당직자 및 보좌진, 수도권 지방의원, 인근 지역위원회 핵심 당원이 총집결해 전면적인 장외투쟁을 예고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대통령 퇴진운동에 당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박 대통령이 하야하지 않으면 헌법상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한을 정지시키는 조치에 착착 들어가겠다. 후속 법적 조치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적 절차는 대통령 탄핵을 의미한다. 추 대표는 자신의 발언이 조기 탄핵 추진으로 비쳐지자 “진도를 너무 빨리 나가면 안 된다”며 “당에서 아직 탄핵절차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일단 선을 그었다.

하지만 민주당 일부 중진 의원을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들은 “대통령 궐위 시 황교안 총리가 권한을 이어받는 상황을 막기 위해 먼저 총리를 추천해 선임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말한다. 한 중진 의원은 “당 지도부가 장외투쟁과 촛불민심에 지나치게 경도되면 결국 꺼낼 카드는 ‘탄핵’밖에 남지 않는다”며 “복잡한 절차와 기간 등을 감안하면 탄핵은 최후의 보루로 남겨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퇴진운동을 둘러싼 야3당 간 이견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문재인 전 대표가 제안한 야당·시민사회·지역사회를 포괄한 비상기구를 해법으로 내세우고 있다. 대통령 퇴진도 비상기구에 맡기자는 의견이다. 국민의당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영수회담을 통한 새 총리 추천-새 총리에 의한 조각 및 권한대행 체제 수립’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민주당이 마땅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고민이 쌓여가는 형국이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