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야당의 퇴진 요구를 거부하면서 탄핵 정국으로 갈 가능성이 커졌다. 박 대통령이 버티면 현실적으로 탄핵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어서다. 물론 야당은 아직 대통령 탄핵에 신중한 태도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탄핵은 지금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탄핵을 추진하기엔 현실적인 장벽이 네 가지 정도 있다. 우선 국회가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할 만한 법적 요건이 갖춰졌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헌법 65조1항은 대통령이 직무 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을 때 국회가 탄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연설문 등 청와대 문서 일부가 유출된 사실을 인정했다. 또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활동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난 증거는 아직 없다. 검찰이 박 대통령을 조사해 혐의를 확정한 뒤에야 탄핵안 발의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될지도 불확실하다. 대통령 탄핵안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된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과 무소속 의원을 다 합쳐도 171명으로 탄핵안 가결 요건(300명 중 200명 이상)에 못 미친다. 새누리당 의원 중 29명 이상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비박(비박근혜)계인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탄핵을 주장하지만 비박계 의원들이 대거 탄핵에 찬성할지는 미지수다.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더라도 헌법재판소가 기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탄핵안이 확정되려면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 대통령, 새누리당 추천 인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탄핵안 확정을 장담할 수 없다.

또 헌재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을 기각하면서 “파면 결정을 정당화하는 사유는 중대성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이 단순히 헌법·법률을 위반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위반 정도가 대통령직을 박탈할 만큼 심각해야 한다는 의미다. 더구나 탄핵 심판은 최장 180일이 걸린다. 그사이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여론이 어떻게 바뀔지 불확실하다.

헌재 탄핵 심판 시 탄핵소추위원을 맡게 되는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새누리당 소속이라는 점도 변수다. 탄핵소추위원은 탄핵의 정당성을 설명하고 탄핵 인용 결정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해야 하는 자리다. 권 위원장이 비박계지만 박 대통령 탄핵을 적극적으로 주장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야권에선 보고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