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쟁점 '퇴진'으로 이동 조짐…野3당 모두 '퇴진' 압박
與 내부에선 '탄핵 불가피론' 고개…靑 "탄핵한다면 못 막아"


야권이 결국 '최순실 게이트'의 궁극적 해법을 '박근혜 대통령 퇴진'으로 설정하면서 정국이 더욱 가파른 대치 국면으로 흐르고 있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에 이어 16일 더불어민주당까지 대통령 퇴진을 당론으로 삼고 박 대통령을 압박하고 나섬에 따라 정국의 초점은 '국회 추천 총리와 거국내각 구성' 논의에서 '대통령 하야' 문제를 둘러싼 대치로 이동하는 형국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지도부는 야당의 이 같은 하야 요구에 강력한 반발하고 나서 양측이 지금까지의 탐색전을 멈추고 다시 전면전으로 돌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물러나라'는 야권의 요구와 '물러날 수 없다'는 청와대의 버티기가 계속 대치하고 그 사이에서 정치적 해법을 찾아내지 못할 경우 결국 대통령 탄핵이라는 법적 절차로 향할 수 밖에 없는 흐름이다.

민주당은 유력 대권잠룡이자 당내 주류의 수장인 문재인 전 대표가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박 대통령의 퇴진 운동에 나서겠다고 선언하면서 당 차원의 하야 요구에 가속도가 붙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이날 당 공식기구로 '박근혜 퇴진 국민주권 운동본부'를 설치하고 공식적인 '하야 캠페인'에 돌입했다.

추미애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운동본부 현판식에서 "앞으로 전국 각지에서 시도당이 중심이 돼 박 대통령의 퇴진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며 "사상 초유로 대통령이 몸통이 돼 직접 헌정 질서를 파괴한 사건에 대해 국민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헌법상 권한을 회수하기 위한 국민주권 확립운동의 출발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역시 박 대통령 하야 요구의 수위를 더욱 끌어올렸다.

안철수 전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박 대통령은 절대로 임기를 채워선 안 된다"면서 "대한민국은 박 대통령 개인의 나라가 아니다.

나라는 어떻게 돼도 좋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이제는 물러나야 한다"며 조기 대선을 촉구했다.

야권이 이처럼 강경한 하야 요구로 입장을 정리한 것은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면 통과까지 시간이 적잖이 걸리고 국회 가결 여부도 불확실한 데다 황교안 총리가 권한대행을 맞게 되는 등 여러 가지 정치적 위험 부담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또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다 해도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례처럼 헌법재판소에서 무효 판정을 받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야권은 현재 여권이 박 대통령 탄핵을 유도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하고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청와대가 박 대통령의 검찰 조사 연기를 요청한 점을 거론, "청와대와 새누리당 친박은 당장 퇴진하라는 거대한 촛불 앞에서 어떻게든 현재 국면을 벗어나려고 시간을 끈다"면서 "탄핵은 최소한 3개월 이상이 걸리고, 국회 통과 여부와 헌법재판소 인용 여부 등 여러 변수가 있다며 탄핵을 유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전 대표도 "공소장은 이후 있을지도 모르는 탄핵 소추의 핵심 근거로 헌법 재판관들은 이를 인용해 판결할 수 있다"면서 "따라서 스스로 물러날 생각은커녕 탄핵에 대비한 준비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지도부는 야권의 이 같은 하야 요구에 대해 "헌법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반박하면서 현 국면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 입장은 변한 게 없다"며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최대한 총리에게 이양하고, 의혹에 대해선 검찰과 특검의 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어떻게 의혹만 갖고 대통령에게 내려오라고 할 수 있느냐. 의혹만으로 하야하는 게 맞느냐"라면서 "대통령은 헌법이 부여한 지켜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고, 박 대통령은 아마 목숨을 내놓고라도 지키겠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도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정에 공백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헌법에 위배되는 절차나 결정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도 야당이 박 대통령 퇴진 운동에 돌입한 데 대해 "여론몰이를 통해 재임 중인 대통령을 끌어내려 조기 대선을 치르겠다는 고도의 수와 계산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30년 전 거리정치 행태로 돌변한 것은 정치적 계산에 의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비판했다.

여권 비주류 역시 박 대통령의 즉각 하야에 대해서는 부정적 기류가 우세하다.

여권 내부의 분위기를 보면 오히려 야권이 박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헌법적 절차에 따라 탄핵해줄 것을 바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비박(비박근혜)계 잠룡인 김무성 전 대표는 공식 석상에서 여러 차례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도 야권이 박 대통령을 탄핵한다면 막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가 탄핵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국회가 헌법상 개념인 탄핵을 추진하면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처럼 청와대가 야권의 하야 요구를 거부하는 흐름이 지속될 경우 금주말로 예정된 최순실씨 기소와 박 대통령 관련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 정국은 탄핵국면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임형섭 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