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60·구속)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과 조사를 앞둔 박근혜 대통령 측 간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이 선임한 유영하 변호사는 15일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 조사는 주변 인물들의 의혹을 규명한 뒤 이뤄져야 하고 방식도 원칙적으로 서면조사가 맞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16일 조사가 가장 바람직하다는 데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 측이 “수사 마지막 단계에서 조사받겠다”고 함에 따라 16일 조사는 물 건너갔다.

◆朴 변호인, “막바지에 서면조사”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 검찰 조사를 앞둔 15일 김수남 검찰총장이 외출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 검찰 조사를 앞둔 15일 김수남 검찰총장이 외출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유 변호사는 이날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변호인으로서 변론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검찰이 모든 의혹을 충분히 조사해 사실관계가 다 정리된 시점에서 대통령 조사가 이뤄지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국민은 공정한 수사를 받을 권리가 있고 대통령 조사는 직무 영향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면조사를 거부하진 않겠지만 원칙적으로는 서면조사가 맞다고 본다”며 “대통령 조사는 관련 인물들 의혹이 모두 규명된 뒤 최소한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사 막바지에 서면조사를 받겠다는 ‘희망사항’을 내놓은 것이다.

“수사 상황에 비춰 16일 조사가 가장 바람직하다”는 검찰 측 논리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밝힌 ‘검찰 수사 협조’ 의지에 반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오늘 드린 말씀은 변호인 개인 의견일 뿐”이라면서도 “대통령께 제 생각을 말씀드릴 시간은 있었다”고 말해 박 대통령과 사전 교감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박 대통령과 관련해 쏟아지는 의혹에 대해서는 “대통령도 여성으로서 사생활이 있다”고 말했다.

◆檢 “16일 안되면 17일 조사”

김수남 검찰총장은 박 대통령 직접조사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김 총장은 이날 퇴근에 앞서 대검찰청 청사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현재 수사 진행 과정을 볼 때 대통령에 대한 직접조사는 불가피하게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속하게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다만 ‘언제를 대통령 조사 시점의 마지노선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내가 구체적으로 얘기할 것은 아니다”고 구체적인 답변은 하지 않았다.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관계자도 “수사팀은 지금이라도 조사할 준비가 돼 있다”며 “최순실 씨 공소장에 ‘빈칸’을 둘 수 없으며 박 대통령을 조사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특수본은 16일 대면조사가 어렵다면 17일도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최씨의 구속 만료 기한은 오는 20일이다. 검찰은 19일 또는 20일 최씨를 기소할 예정이다. 최씨 공소장에 박 대통령의 진술을 반영하려면 그 이전에 조사와 법률적 검토를 마쳐야 한다.

최씨 공소장에는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모금의 불법성과 청와대 문건 유출 과정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본이 최씨의 드러난 혐의만으로 1차 기소한 뒤 박 대통령을 조사하고, 공소장 변경을 통해 대통령 혐의를 추가하는 방법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

특수본은 이날 오후 2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소환조사했다. 신 회장은 지난 3월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출연과 관련해 박 대통령과 독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